
공원에서 산책할 때면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있다. 앳되게 보이는 십 대 초반 아이들이 손잡고 걷는 모습이다. 연인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생각한다. 내가 보수적이어서 그럴까. 속으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하며 시선을 돌리곤 한다. 혹여 꼰대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시대 탓을 하고 그냥 지나친다.
이성 간의 신체적 접촉(스킨십)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인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로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면서 심리적으로 신뢰감을 높이고 정서적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여기에 사랑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이성에 대한 설렘도 고조시켜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손을 잡는 행위는 이웃끼리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손을 잡아주며 힘내라고 표현하는 행동이다. 가장 인간적이면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의 손을 꼭 잡아주는 행동은 진심으로 상대에게 자신감을 찾는 데 심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나는 말이 있다. 사랑도 사치라는 말. 어쩌다 이런 시대가 되었는지 요즘 MZ세대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한참 뜨거운 사랑을 나누어야 할 시기에 젊은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 하는 얘기다.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실제 MZ세대들이 현실에서 정신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그들이 오죽하면 사랑이 사치라는 말을 할까. 한편으로 이해하고 싶다. 나도 집 장만하고 나이 사십을 넘어 결혼했으니까. 그래도 그들에게 열심히 사랑하라고 응원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 경우 젊은 날 연애는 물론 사랑 한번 제대로 못 해본 게 너무 후회스럽기 때문이다.
하늘 향해 뻗은 개나리꽃 두 줄기, 서로 손을 잡은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다. 꽃밭을 거닐고 있는 어린아이, 손잡고 거니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아직은 사랑이 뭔지 모를 텐데 어쨌든 보기 좋은 장면이다. 그런데 중딩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손잡고 다는 걸 보면 눈에 거슬린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아서다. 어떨 땐 서슴없이 공원에서 입도 맞춘다.
시대가 그런 걸 어쩌겠나 싶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청춘들, 사랑을 사치로 여기는 시대라도 너무 금욕적인 삶은 오히려 고통이다. 삶은 수도자의 길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며 사는 게 삶의 고통을 줄이며 사는 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이 시대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해 주고 노력하며 사는 게 훨씬 더 행복하다.
손을 잡는 건 단순히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신체적 접촉을 통해 얻는 짜릿함도 아니다. 마음의 고통을 이해해 주고 줄여주는 진통제 같은 손 잡기라고 보아야 한다. 봄은 청춘의 계절이고 사랑의 계절이다. 사랑이 사치라 말하는 MZ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인연을 만들라고. 하루라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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