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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

셀카(Selfie)

by 훈 작가 2025. 4. 23.

‘셀카(Selfie)’
 
SNS의 확산에 힘입어 누구나 즐기고 있습니다. 날 드러내고 싶은 본능이 일반화하고 과장하면 사회적 본능이라 할 정도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세계적인 문화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MZ세대, 이들이 셀카 문화를 주도하며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SNS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름난 여행지를 가보면 셀카봉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대부분 젊은 사람입니다. 셀카는 그곳을 다녀갔다는 기념인 동시에 증거입니다. 인증-샷을 남기고 그 배경 속에 자신을 넣어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채우며 행복감을 느낍니다. 셀카는 이미 뗄 내야 뗄 수 없는 문화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스마트폰엔 셀카와 관련된 다양한 앱이 있습니다. 앱을 이용해 색감, 초점같은 보정 기능을 활용해 멋지게 꾸밀 수 있어 셀카를 즐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합니다. SNS에 콘텐츠를 올리는 데 글을 쓰려면 생각해야 하고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훨씬 수월하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셀카는 유행이 아닙니다. 일상입니다. 셀카에 왜 이토록 열광할까. 어떤 심리가 작용하는 걸까. 앞에서 말했지만 드러내고 싶은 욕망, 나를 알리고 싶은 욕망 때문일 겁니다.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내가 이렇게 멋진 일상을 살고 있으니 봐 달라, 이거 일 겁니다. 이러한 과시 욕구를 충족하며 소통을 즐기고자 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곧 자기애(自己愛)라 볼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날 보여주고, 공유하며, 소통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일종의 자아도취적 욕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나르시시즘’이라 하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드러내는 감정입니다.
 
일종의 심리적으로 병리적 현상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셀카를 즐기는 것은 인간이 즐기는 유희적 행동으로 시대 변화가 가져온 디지털 문화의 한 단면으로 보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다만 나 자신은 이런 셀카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한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튤립 사진을 찍으러 공원에 나오니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꽃을 담거나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꽃밭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조심스럽게 주인공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한 장면을 담았습니다. 자칫 오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주인공이 이 사진을 보고 원하면 내릴 생각입니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셀카를 즐기지도, 찍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 거스를 수 없는 문화인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삶의 위안이 되어주는 긍정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날로그 시대에서 청춘을 보내서 그런지 셀카가 내겐 어색하게 합니다. 블로그에 내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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