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의 분노가 아니었으면

사진 속의 구름이 용(龍)이 불을 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존하지 않는 동물이지만, 그림이나 SF 괴수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 때문입니다. 용의 몸 거대한 뱀과 비슷하고, 날개와 뿔이 있으며 긴 얼굴의 형상은 마치 악어와 흡사한 모습입니다. 입에서 불을 뿜으며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과 농악대를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마을에서 굿을 하고 나면 농악대가 반드시 우물을 찾았습니다. 맨 앞에 상쇠가 꽹과리를 치면 그 뒤를 따라 농악대가 우물을 빙빙 도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농악을 멈추고 상쇠가 우물 안을 보며 용왕님! 하며 물을 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땐 정말 용왕님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농경사회에서는 물을 관리하는 치수(治水)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심지어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게 가뭄이었다고 했습니다. 왕이 주관하는 기우제(祈雨祭)는 중요한 행사였다고 하니 치수는 생존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용을 숭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용은 절대 권력인 제왕을 상징합니다. ‘역린(逆鱗)’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뜻합니다.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왕의 노여움을 사는 자는 죽는다는 뜻입니다.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심한 고통을 겪으며 신음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용의 역린을 건드려 일어나는 재앙의 전조인지도 모릅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온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갈수록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어디까지 갈까요. 지금의 기후변화가 지구촌 재앙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습니다. 구름 사진 한 장 찍으며 생각이 너무 나갔나요. 아무튼 일련의 이런 현상이 용의 분노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