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다/북유럽

헬싱키 대성당

훈 작가 2023. 11. 4. 06:30

맛있다라는 말은 미각과 관계있다. 음식을 먹은 다음 미각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 만족스러울 때는 맛있다라고 하고, 맛없으면 맛없다라고 한다. 맛있다라는 말이 음식이 아닌 낱말과 함께 쓰이면 표현 자체가 어색해진다. 결국 이 말은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낱말이다. 

시각을 통해 사람, 사물이나 풍경을 보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면 ‘멋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멋있다.’라는 형용사는 사람, 사물, 풍경이 아닌 다른 낱말에 쓰면 문법에 맞지 않고 표현도 이상해진다. 어떤 형용사이든 그에 걸맞은 낱말을 꾸며주어야 잘 어울리는 표현이 된다.

여행은 평소 먹던 음식과 달리 색다른 음식을 먹어야 한다.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 아닌 경우도 많다. 따라서 맛있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상황이 적다. 반면에 멋있다는 말은 이와 반대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색다른 문화유산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 많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대성당 광장이다. 인도의 타지마할을 연상케 하는 하얀색 건물이 아름다운 자태로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성당은 카를 루빙 엥겔이 설계한 신고전주의 건축물로 1830년에 착공하여 1852년에 완공되었다. 지붕에 녹색 중앙 돔과 4개의 작은 돔이 대칭을 이루고 예수 십이 사도 조각상이 있다. 

단순하게 보는 맛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는 맛은 깊이가 다르다. 이해의 폭과 깊이가 클수록 아는 맛은 더 커진다. 특히, 유럽 여행에서 만나는 건축물은 단순한 건물이기 전에 현존하는 유적이자 살아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래된 건물을 잘 보존하고 이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헬싱키 대성당도 1852년에 완공되었으니 164년이나 지난 건물이다. ‘멋’은 ‘아름다움’이란 말과 통한다. 헬싱키 대성당 건물은 아름다운 건물이다. 멋진 성당이 당 시대의 훌륭한 건축가의 손에 의해 탄생하기도 하지만, 오래 유지되는 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후대의 몫이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멋있는 건물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역사, 문화, 예술, 건축 분야에 대한 상식이 없으면 보이는 건물은 그냥 돌로만 보이고, 눈은 단지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 멋있는 여행을 즐기려면 여행지에 대해 미리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여행은 떠날 때 설레는 맛이 있고, 가서는 보는 맛이 있고, 현장에서는 몰랐던 사실을 아는 맛이 있다. 설레는 맛이나 보는 맛은 별다른 준비 없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는 맛은 다르다. 아는 맛은 평소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그 맛을 느낀다. 그래서 나온 말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들을수록 명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지식에 대해 좀 더 깊이 준비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수박 겉핥기’ 식의 준비 갖고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 앞에서 왠지 나 자신이 작아진다. 눈이 즐거운 여행 보다 마음이 즐거운 여행을 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