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하세요?!
“내게 아부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오. 직언만 하시오. 아부란 무능력자나 하는 짓입니다.”
나폴레옹은 참모들에게 말했습니다. 며칠 후, 한 참모가 나폴레옹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제 폐하, 폐하께서 아부하지 말라고 하신 지난번 그 강력한 말씀, 너무나 멋졌습니다. 모두 감동했습니다.”
나폴레옹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나폴레옹도 별수 없는 인간이었나 봅니다. 그의 반응이 의외였으니까요. 그는 참모의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정말? 정말로 그랬어?”
나폴레옹 반응이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세상은 그런 겁니다. 저녁에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불만 있는 거 있으면 다 말해, 다 들어줄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습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경험상 그렇습니다. 직언을 들어주고 이해해 줄 상사라면 좋겠지만, 진짜 괜찮은 상사는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모르고 사회생활 하는 동안 힘들었습니다. 정기 인사 때 근무지에서 쫓겨나 영업본부 부산지점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영업의 ‘영’ 자도 모르고 가야 했습니다. 지금도 그날이 기억납니다. 대구 지하철 폭발 사고가 나던 날이었습니다. 지점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식당 TV 화면에 뉴스 보도가 나오더군요. 당시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것은 말하나 마나입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꼴을 겪었습니다.
나폴레옹의 아부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가급적 잘난척하지도 말고 나대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모가 나면 정을 맞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이후, 주홍 글씨가 찍혔는지 서울(영업본부), 대전지점, 인천지점, 다시 대전지점에서 근무하다 마지막에 첫 근무지였던 공장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요즘 정치권 뉴스를 접하다 보니 옛 생각이 났습니다.
아부를 부추기는 것 같은 정치권 뉴스가 날마다 날아듭니다. 아부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 썩 좋은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살아 보니 그렇고, 요즘 돌아가는 정치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아부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아부가 좋다 나쁘다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부에 현혹당하지 않는 사람은 있겠지만, 아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말은 변하지 않는 진리일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아부라는 말은 싫어할 겁니다. 나와는 무관한 단어라고도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그게 정치권이든 직장이든. 대놓고 아부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모두가 아부하다 보면 소는 누가 키워야 하는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