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외롭지 않으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하는 사람의 속마음은 정작 다를 겁니다. 은연중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이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불변의 진리입니다.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노화과정인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습니다. 허나 세월의 파도는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예전에 시내버스 차장 가로 스쳤던 풍경이 생각납니다. 종로 3가 종묘 쪽 탑골공원은 늘 노인들의 성지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 종로 2가에 이르면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변해버립니다. 그때 왜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단순히 나이듦이 초라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속의 주인공,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데 왜 카메라에 담았는지, 나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찍었다는 것은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감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딱히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막연하지만 쓸쓸하게 보였고 측은해 보여 셔터를 누른듯 합니다. 왜 혼자 저렇게 있을까. 동네 노인정이라도 가면 될 텐데.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든지 혼자서도 쓸쓸하지 않고 노후의 자유를 즐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는 건 정답이 없습니다. 내 삶의 방식은 내가 결정하고 사는 겁니다. 때론 어울려 살고, 때론 나만의 자유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모르고 노후의 삶을 맞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어쩌다 보니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가 된 경우입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은퇴하다 보면 주어진 자유가 벅찰 뿐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거죠. 오라는 곳도 없고, 갈 데도 없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탑골공원 같은 곳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도 한 세상, 저렇게 살아도 한인생입니다. 하지만 탑골공원 같은 곳을 찾는 노후의 삶은 누구나 피하고 싶을 겁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나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겁니다. 언제든지 혼자서 놀 수 있는 그런 놀이터를.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스스로 증명해야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과정일 뿐입니다. 받아들이면 삶은 그만큼 깊어지고, 더 의미 있는 삶이 됩니다. 새로운 삶의 출발이자 기회로 여기고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합니다.
나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 혼자 즐기면서 놀 수 있는 것을 찾는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평소 하고 싶었거나,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 그게 취미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도전해 보는 겁니다.
외롭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낭비하는 거라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외로울 때 나만의 놀이터로 나갑니다. 어떤 날은 카메라 가방을 들고나가 놀고, 또 어떤 날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며 놉니다. 니체는 말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 혼자 있을 줄 아는 것은 자유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