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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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반짝이는 불빛이 올라가면서 쇼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늘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연출자가 의도하는 대로 글자가 만들어지고, 때론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공중곡예를 하듯 군무를 이루는 걸 보고 시민들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세종 축제 첫날밤, 호수 공원 밤하늘에서 펼쳐진 드론 쇼는 그렇게 5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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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쇼는 주로 멀티콥터로 공중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의도한 프로그램 대로 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은 드론을 이용하여 군무를 펼치는가 하면 특정 모양의 글자나 문양과 그림 등을 그려내며 보는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파리 하계올림픽 개막식처럼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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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쇼를 보고 감탄을 자아낸 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였습니다. 불꽃놀이가 대세였던 축제 무대의 주인공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드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쇼였을 겁니다. 이후 드론에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 쇼가 유행했습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이미지나 글자 등을 연출하며 이런저런 축제마다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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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처음 접했을 땐 첩보영화에서 본 무인기 형태의 무기였습니다. 적진에 몰래 들어가 정찰 활동을 하는가 하면 군사시설을 파괴하는데 자살 드론을 동원하는 등 공격용으로 이용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군사 목적으로 사용된 뉴스를 가끔 외신을 통해 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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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닙니다. 타인의 사생활을 몰카처럼 촬영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입니다. 도심의 고층 아파트를 창밖에서 촬영한 사례도 있고, 피서철 한 해수욕장에서 여자샤워장을 촬영한 범행을 적발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샤워장 천장이 뻥 뚫린 점을 악용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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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이용된 사례도 있습니다. 잡초나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업용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도서벽지나 멀리 떨어진 산간 지방에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드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TV 방송사 같은 경우는 멋진 영상을 촬영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드론을 많이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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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드론인데 다릅니다. 어떤 목적으로 쓰이느냐가 관건입니다. 분명 드론을 처음 만든 목적은 좋은 의도로 쓰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군사용이었잖아요. 하지만 이왕이면 착한 드론으로 쓰였으면 하는 게 상식적인 사람들의 생각일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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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드론 쇼는 볼만한 쇼였습니다. 그러나 자주 볼 수도 없고,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밤이어야 하고, 시야가 확 트인 야외여야 하며, 바람도 잠잠해야 하니까요. 거기에 아쉬운 건 공연 시간이 짧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드론 쇼는 다시 보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멋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