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에세이/라떼별곡

산, 왜 오르려고 하는가

훈 작가 2024. 10. 30. 06:00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 시대 문인 양사언(楊士彦(1517~1584)의 시조 태산가입니다. 태산(泰山)은 중국 사람들이 천하제일 명산으로 꼽았습니다. 높이 1,545m에 이르는 산으로 중국 산둥성에 있습니다. 요·순 시대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역대 72명의 황제가 이 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고 전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8,846m)입니다. 전 세계 산악인들이 제일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일 겁니다. 하지만, 칸첸중카(8.586m) 산이나 로체(8.516m) 산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300m밖에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왜 그런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

칸첸중카 (출처 : 구글)

눈에 보이는 산(山)만 산(山)인가요. 속세(俗世)엔 눈에 보이지 않은 산도 있습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의 산입니다. 권력, 부(富), 명예로 대변되는 추상적인 산입니다. 정치, 스포츠(골프, 축구, 야구, 농구, 테니스), 학문, 산업, 영화, Pop, 클래식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높은 산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저마다 산에 오르고자 합니다. 그게 어떤 산인지는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1 인자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입니다. 우린 그 자리에 오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혹자는 그걸 삶의 목표하고도 하고, 야망이나 꿈이라고도 합니다.

태산 (출처 : 구글)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건 본능입니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의 세계도 다를 바 없습니다. 뭐라 탓할 이유도 없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신이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을 보면 이해할 겁니다, 인간들이 신보다 더 높아지려고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쌓으려고 했잖아요.
 
물론 신이 인간의 오만함을 벌해 이루지 못했죠. 결국 신은 인간들에게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이후 인간은 이리저리 온 세상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 신은 그때부터 이미 인간의 속성을 깊이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풍이 물들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원색의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과 단풍이 알록달록 물드는 10월입니다.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르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순수하게 산이 좋아서 오를 수도 있지만, 누군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많이 들어본 것 같아 와닿지 않습니다.
 
산에 오르는 이유야 말하기 나름입니다. 하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오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성취감이나 쾌감, 당사자만 느끼는 의미와 깨달음도 있을 겁니다. 정상에 오르면 일단 모든 게 작아 보이고 내 아래에 있습니다. 좀 과장하면 천하가 모두 내 아래 있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산에 오른 보상은 충분할 겁니다. 힐-링은 덤이고요.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는 게 산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도 산에 오릅니다. 이유는 멋진 풍경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아무 산에나 오르진 않죠. 그런대로 그림이 되는 산에 오릅니다. 가능한 한 빛이 아름다운 시간대에 맞춰 산에 오릅니다. 그래야 멋진 사진을 담을 확률이 높거든요. 주로 동틀 무렵이나 해 질 무렵이죠.
 
오르고자 하는 건 본능입니다. 아주 인간적인. 그러면서 아주 개인적인. 분명한 건 높이 오르면 보이는 게 다릅니다. 아래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죠. 그걸 보고자, 또는 그걸 느끼고자 오르는 겁니다. 사람이 제 아니 오르면,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들이 있기에 오르고자 하는 겁니다. 오르면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가을산, 한 번 올라가 봤습니다.
 
 
* 사진은 장태산(長泰山)입니다. 대전 서구 장안동에    
  있으며, 높이 374m로 메타세콰이어가 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