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에세이/라떼별곡

아파트, 아파트

훈 작가 2024. 10. 28. 06:00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신드롬'이 가히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공개 일주일 만에 1억 5천만 뷰를 넘었다고 합니다. 걸그룹 아이돌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인 APT 얘기입니다. 다음 주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다시 한번 K-pop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청춘을 보내서 그런지 윤수일의 ‘아파트’가 생각납니다. 그 시절을 산 사람은 누구나 이 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로제의 아파트와 달리 도시인의 쓸쓸한 감정을 잘 담고 있죠. 떠나간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서정적인 분위기로 만든 도시풍의 노래였습니다. 로제의 중독성 있는 경쾌한 리듬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1980년대는 도시화 물결 속에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국민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입니다. 주거문화의 대세가 된 아파트가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하고 있을까요. ‘아파트’는 우리의 보금자리로 피 같은 재산이고, 최고의 투자 대상이자, 서민들의  꿈인 내 집 마련 목표일 겁니다.
 
오죽하면 ‘똘똘한 한 채’를 갖는 게 선망의 대상이겠습니까. 아직도 많은 소시민은 제 한 몸 누일 공간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주거 사다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파트는 서민의 꿈입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빌라나 오피스텔에서 전 · 월세로 살며 돈을 모아 아파트로 옮겨가는 게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 사다리입니다.

종종 아파트에 대한 씁쓸한 얘기가 들리곤 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빌라에 사는 친구를 무시하거나 평수가 작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는 사귀지 말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사고방식이 문제입니다. 이뿐 아니죠. 강남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미혼 자녀들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모임이 생겼다는 보도까지 나왔다고 하니까요.
 
가입비 10만 원(연회비 30만 원)에, 가입 대상은 아파트 입주민의 자녀(결혼 적령기)랍니다. 이 아파트는 평당 거래 매매가가 1억 6,500만 원에 달하는데, 최근 전용 85㎡(25평) 크기가 42억 5,000만 원에 매매가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아파트는 가격을 지키기 위해 함부로 급매물가를 싸게 내놓지도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현실은 갈수록 가관입니다. 과거엔 혈통이 신분을 갈랐는데 앞으로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될 모양입니다. OO 카드사는 고가의 특정 새 아파트 단지 입주민 전용 신용카드를 내놨답니다. 아파트가 마치 특별한 신분이라도 되는 듯 그 신용카드로 인근 백화점에 가면 차별화된 혜택을 준다는 겁니다. 씁쓸하지 않나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현대는 문화와 취향이 신분을 나눈다고. 이젠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아파트가 더 이상 한국인의 신앙 같은 존재여서는 안 됩니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문화 공화국’ 바뀌어야 합니다.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