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작가 2024. 11. 29. 06:00

오래전 장동건, 유호성이 주연한 ‘친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는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와 그렇지 못하고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사이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때부터 친구로서 걸어야 하는 우정의 흔들림이 결국 친구 관계가 배신으로 이어지면서 비극의 결말을 맞습니다.
 
대화의 단절은 관계를 멀게 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법. 친구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마음을 이어주고, 공유하는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회생활 시작과 더불어 본의 아니게 소원해집니다. 자주 만나지도 못합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친구니까, 이해해 주겠지 하면서 막연하게 우정을 기대한다면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정의 간격이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영화에서 유호성과 장동건은 의리로 다져진 친구이지만, 배신하게 만든 건 친구의 깊은 속마음과 자존심을 읽지 못한 갈등에서 비극이 싹틉니다.
 
친구 관계는 ‘Give and make’가 되어야 합니다. ‘Take and give’ 방식의 생각이면 어렵습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만들어가야지,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받고 주려 하면 관계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늬만 친구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나 머릿속에는 계산기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단풍 나들이 길에 두 스님의 모습을 보고 '친구' 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遠⽅來 不亦樂乎). 출가하면서 함께 불도를 닦던 도반(道伴)으로 보입니다. 어느 절에서 찾아왔는지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우정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입니다.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 셔터를 눌렀습니다.
 
친구가 소중한 건 다 알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친구라는 관계를 지속하려는 행동입니다. 간단합니다. 소통과 교류를 하면 됩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교류가 없다 보면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소통의 끈을 놓지 말아야죠. 관계 유지를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Friend’에서 가장 중요한 철자가 바로 ‘r’이라고 합니다. ‘r’이 빠지면 ‘Fiend’인데 이 단어의 뜻은 ‘악령’입니다. 친구가 악령이 됩니다. 여기서 R관계(relation)입니다. 관계가 지속되지 않으면 끝입니다. 부단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내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려면 잊지 말아야 합니다.
 
'Friend'라는 영어 단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모아 만들어었다고 합니다. Free : 서로가 격의 없이 자유로우며, Relation : 언제나 지속적인 관계에 있고, Idea : 항상 서로를 생각할 수 있고, Enjoy : 같이 있으면 항상 즐겁고, Need :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며, Depend : 어렵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친구랍니다. 친구에게 나도 그런 사람인지 되돌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