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글詩글

이별연가

훈 작가 2024. 12. 16. 06:00

사는 건 매달려 있는 거다
아등바등
죽는 건 떨어져 지는 거다
맥없이
 
끝자락에 떨리는 숨소리
시나브로 꺼져가는구나
가을인들 애착이 없으랴
낙엽인들 아쉬움 없으랴
 
인연이 남긴 생의 흔적들
지하철 1호선 막차 떠나면
오늘은 어제가 되어버리고
빛은 어둠을 덮고 잠든다
 
서러워할 것 없다, 떠난다고
아쉬워할 것 없다, 혼자라고
속세의 인연은 피고 지는 것
계절은 그렇게 살다 가는 것
 
가을아, 널 보니 부끄럽구나
넌 모든 걸 내려놓고 가는데
난 아직도 채우려 하는구나
어차피 술잔은 비워야 하는데
 
그래도 아름다웠지. 네가 있어서
그래도 살만했었지. 네가 있어서
이별은 눈물겨워도 어쩔수 없어
추억만 남아있다면 나는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