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에세이/아포리즘
적막한 겨울
훈 작가
2025. 2. 17. 00:00

고요함이 시간을 삼킨다. 적막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겨울 오후다. 이런 날엔 상념을 버리기 좋다. 빈자리에 나 홀로 머문다. 적막한 시간 속으로 들어오면 사색하기 좋다. 나는 나만의 자유를 만난다. 그 순간 자유란 단어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권력의 언어가 칼이 되어 여기에 올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날, 고독과 동행하기 좋은 적막함은 힐-링하기 좋은 시간이다. 나는 지금이 좋다.
겨울은 차가운 권력이다. 따뜻한 권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내 영혼을 괴물로 만들 것 같아 싫다. 하지만 그런 권력의 혹독함이 만든 적막함이 때론 날 되돌아보게 해 준다. 혹독함과 적막감이 움츠리게 하는 겨울은 시련의 시간인 건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유다. 왜냐하면 시련은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고, 이를 견디어내지 않으면 봄의 향기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이 좋다.
다른 계절보다 겨울이 만든 적막함과 마주하면 유독 삶이 보인다. 몰아치던 눈보라가 멈추면 침묵이 내게 온다. 침묵은 적막함의 언어다. 침묵은 내면의 나를 향한 외침이다. 그간 삶은 밖을 향해 투쟁의 언어만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한 겨울 적막한 시간이 만든 고독을 만나면 무심했던 내 영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상처투성인 전정한 나를 보게 된다. 난 나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의 여백을 만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