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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봄일까

훈 작가 2025. 2. 7. 00:00

입춘(立春)이 봄일까.
 
이게 무슨 말이야. 봄이 아니면 뭐란 얘기지? 할 겁니다. 지난 2월 3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입춘이었습니다. 한파주의보까지 내렸습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입춘이지만 추위가 물러난 적은 없었습니다. 이른바 꽃샘추위라고 에둘러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봄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봄이라면 춘삼월을 떠올리지만, 입춘은 대개 2월 초에 있습니다. 그런데 입춘을 봄이라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절기상 2월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봄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억지인 것 같은데 아무 말하지 못하고 그런가 보다 합니다. 입춘이 3월이 아니고, 왜 2월에 있지, 봄 같지도 않은데 생각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만 모든 걸 단정 지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춘이란 절기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됩니다. 한문으로 봄을 뜻하는 춘(春) 자가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동설한의 추위가 물러가지 않은데 무슨 봄(春)? 하며, ‘입춘’ 절기를 의심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때문에 입춘이란 말이 생뚱맞게 생각되는 겁니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일상은 아직도 겨울인데 입춘(立春)이라니.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우리 선조들이 입춘이라고 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어 그럴 수도 있고,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입춘(入春)이 아니라, 입춘(立春)이라는 사실입니다. 봄이 들어오는 뜻이 아니라 봄이 문 앞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봄을 문밖에 나가서 맞이하는 겁니다. 이는 농경사회에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농사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착각이 여기서 시작된 듯합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됩니다. 봄맞이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봄을 모셔 오는 겁니다. 봄을 모셔 와 한 해 농사를 지을 준비를 마음으로부터 하는 날이 입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4 절기는 농사짓는 일을 기반으로 우리 선조들이 1년을 24등 분해 자연의 변화에 맞춰 정한 날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농사지으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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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입춘은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시골 시냇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눈을 뜨고, 모든 생명체가 활동이 시작하는 시점이 입춘인 겁니다. 봄을 희망의 계절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때부터 농촌은 분주하게 돌아갑니다. 비닐하우스에 씨앗을 심어 어느 정도 싹을 틔운 후 4월 초순에 밭에 옮겨 심습니다.
 
다시 말하면 2월 초(입춘)부터는 씨앗 작업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런저런 채소가 그렇고 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3월에서 4월 초, 봄 감자를 심어야 하지 때 캘 수 있습니다. 과수농가 이때부터 가지치기를 시작합니다. 열매를 잘 맺도록 하려면 그 시기가 2월이 적기이기 때문입니다.
 
농사일을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면 입춘(立春)을 이해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농촌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도시 생활에 젖다 보니 우린 입춘이 마냥 봄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하고 무심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의 입춘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다릅니다. 농촌은 봄 맞을 준비에 분주한데 도시에서는 시큰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