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작가 2025. 2. 19. 00:00

쓸쓸한 겨울 오후, 차가운 그림자가 보입니다. 희미한 햇빛을 등에 업고 그림자가 마음에 스며듭니다. 외로움이란 그림자입니다. 넉넉했던 마음이 움츠러들며 숨어버립니다. 혼자 있을 때 홀연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느끼는 마음의 몸살입니다. 때론 인간이기에 누리는 감성적 향기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외로움의 정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심하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상처를 받아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느끼는 마음의 잿빛 구름이 드리울 뿐입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이기에 느끼는 감정이고, 성숙한 인간으로서 겪는 마음의 감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면 불안함을 느낍니다. 외로움을 열정이나 호기심으로 바꾸지 못하면 마음의 감기가 심해져 심한 독감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감기는 우수(憂愁)이지만 독감은 우울(憂鬱)입니다. 모두 쓸쓸한 겨울을 혼자 보낼 때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합니다. 겨울은 활동이 많지 않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혼자 있다 보면 안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죠. 어떤 무리 속에 있거나, 뭔가 바쁘게 일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 틈을 파고드는 막연한 근심이 우수(憂愁)라고 보면 됩니다. 실체가 없는 인간적 고뇌이죠.

‘우수’라는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가 말하는 우울증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무력감을 느끼죠. 이런 감정이 지속되면 나도 모르게 할 일이 없어서 우두커니 있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불만이 쌓인 상황 속의 막연한 근심이라면 우울의 감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 없이 짜증만 납니다.
 
우울증은 스스로 만든 외로움이고, 우수는 인간 특유의 외로움이 만든 향기입니다. 외롭다고 해서 그게 바로 우울증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주변에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우울증은 금방 사라집니다. 아니면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보내면 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겁니다.
 
혼자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진 않습니다. 사진과 글쓰기가 취미인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혼자 있어야 좋습니다. 주변 분위기나 환경이 산만하면 집중이 되지 않으니까요. 혼자 뭔가에 몰입하며 느끼는 외로움은 우수에 가깝습니다. 긍정적인 외로움으로 볼 수 있는 거죠,
 
빛이 있는 곳엔 그림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마음에 빛이 부족하면 감정도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이 만든 우수(憂愁)와 우울(憂鬱)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우수에 잠깐 스치거나 젖을 순 있지만, 빠지면 우울로 변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빛이 부족한 겨울, 그림자가 마음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