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에세이/라떼별곡

떨어진 별들을 보며

훈 작가 2025. 2. 25. 00:00

어쩌면 속세의 삶에서 지는 것이 운명(運命)이라면 떨어지는 것은 숙명(宿命)입니다.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별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며 빛이 사라지는 것은 운명도 숙명도 아닙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습니다. 푸른 행성 지구 밖의 질서는 오로지 천문학으로 접근해야만 가늠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속세의 삶을 운명과 숙명으로 말하곤 합니다. 흔히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운명은 바꿀 수 있어도 숙명은 바꿀 수 없다고. 운명과 숙명을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이면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운명과 숙명의 차이가 뭐냐고? 우스갯소리이지만 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운명이고,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숙명이랍니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밤, 느닷없이 별들이 쏟아져 떨어졌습니다. 후드득 떨어지는 별들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구국의 간성(干城)으로 존경받던 별들입니다. 하늘의 별처럼 지구의 중력을 감당하지 못해 땅으로 떨어진 별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본분에 충실했던 별들입니다. 어찌 보면 그날 밤 별들의 명운을 좌우한 건 운명이 아니라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그들의 초라한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나옵니다. 졸지에 형사피의자가 된 그들이 처지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역사의 한 장면을 보게 되어 씁쓸합니다. 어떻게 딴 별인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당사자는 참담할 겁니다. 운명이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는 별이었으면 운명처럼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러나 떨어진 별이기에 숙명인 듯 보입니다. 문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진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개인적으로) 난 그들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죄가 될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세상은 누구든 이런저런 이유로 억울한 상황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홀연 설화에 등장하는 바보 온달과 결혼한 평강공주가 생각납니다. 공주는 자신의 의지로 바보 온달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궁궐에서 쫓겨나는 슬픔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훗날 결과는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스스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운명을 다했을 때 질 뿐입니다. 이번에 떨어진 별들은 숙명으로 보아야 할 겁니다. 속세에서 마주하는 운명은 개척의 언어이지만, 숙명은 피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언급한 겁니다.
 
우리는 소용돌이 속에 흘러가는 역사의 한 장면을 지금 목도(目睹)하고 있습니다. 떨진 별들 운명이 역사의 흐름에 반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바뀌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혈이 낭자한 피로 우린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