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探梅)의 의미

탐한다는 말은 무엇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몹시 욕심을 부리는 의미입니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탐하고, 먹방 유튜버들은 음식을 탐합니다. 호색가들은 주색을 탐하고, 기업가들은 이익(돈)을 탐합니다.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진리를 탐합니다. 탐한다는 것 자체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보통은 권력, 돈, 명예가 그 대상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美) 것에 대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한국 여성이 세계에서 색조 화장을 제일 많이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Beauty is skin deep. (아름다움이란 얼굴 표피 두께만큼 밖에 안 된다)’는 격언이 있지만 예뻐지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원초적 본능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소유’의 행복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뭐라 할 수 없습니다. 소유로 평가하는 세상이니 나쁘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가지지 못한 명품을 갖고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보여주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합니다. 자본주의는 부작용입니다.
정서적 소유의 탐도 있습니다. 시선을 자연으로 돌리는 겁니다. 자연의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심(貪心)입니다. 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눈과 마음으로만 소유하는 행복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탐하는 행복은 어렵지도 않고 부담도 없습니다. 다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감할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봄이 오면 상춘객들이 붐비는 곳이 많습니다. 대부분 꽃구경입니다. 보통은 벚꽃 구경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그보다 일찍 피는 매화꽃 구경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사군자의 으뜸인 매화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겁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맑은 향기를 풍기며 봄을 알리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옛 선비들은 탐매 (探梅)를 즐겼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복입니다, 이는 물질적 소유의 행복이 아니라 꽃에 심취하는 정신적 즐거움을 소유하는 겁니다. 그래서 매화를 사랑했고 시(詩)와 서화(書畫)를 즐겼습니다. 탐매(探梅)는 단순한 꽃구경이 아니라 심미적 경험을 통해 얻는 행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눈보라 속에서도 피어 자기만의 향기를 뿜어낸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좌우명으로 자주 인용하는 글입니다. 역경을 처하고도 이겨내는 인간의 위대함에 비유되곤 합니다. 탐매는 꽃구경도 꽃구경이지만, 그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행복이 그뒤에 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