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기품(氣品)
봄나들이의 첫 꽃은 매화입니다. 기다림과 설렘이 마음속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긴 겨울 끝에 피는 첫 꽃이라 더 특별합니다. 매화가 바로 그런 꽃입니다. 혹독한 계절의 시련 끝에 피어난 매화꽃은 봄의 전령사이자 상징이고 은유입니다. 매화가 전하는 건 어두웠던 겨울이 막을 내림을 알리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매화는 색에 따라 ‘백매화’, ‘홍매화’라 구분하여 부릅니다. 백매화는 꽃받침이 분홍색입니다. 이중 꽃받침이 녹색인 것을 ‘청매화’라 부릅니다. 눈을 맞으면서 피는 매화를 설중매라 하여 귀하게 여겼습니다. 퇴계 이황은 매화를 소재로 많은 시조를 남겼고, 이를 의인화하여 마당에 심은 매화를 매군(梅君), 매형(梅兄), 매선(梅仙)이라고 불렀답니다.
매화의 꽃말을 찾아봤습니다. ‘기품’, ‘고결한 마음’, ‘결백’,‘인내’라고 나와 있습니다. ‘기품’이란 말에 꽂혀 그 의미를 더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기품(氣品)? ’
무슨 뜻일까. 사전적 의미는 ‘고상하게 보이는 품위나 품격’입니다.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 더 찾아봤습니다. 품위(品位)는 사회 구성원들이 각각의 지위나 위치에 따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품성과 교양의 정도를 뜻하고, 품격(品格)은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라 풀이되어 있습니다. 다 아는 낱말인데 설명하라면 쉽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매화는 불의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기개와 절조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옛 여인들에게도 사랑을 많이 받아 기녀나 여인의 이름으로도 많이 등장합니다. 꽃말에 깃든 의미를 떠올리니 사랑받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단순히 꽃이 아름다워 사랑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인간 세상은 관념이 지배합니다. 의미를 부여하면 가치가 담깁니다. 가치가 있는 건 존재 자체가 신비롭게 마음에 다가옵니다. 그걸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려 합니다. 매화꽃에 ‘기품’, ‘고결한 마음’, ‘결백’, ‘인내’의 의미를 부여하여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 꽃을 사랑하고 닮고자 한 겁니다.
다시 말하면 매화의 가치를 발견한 겁니다. 그래서 자신도 매화가 지닌 기품을 갖추고 싶었던 겁니다. 꽃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배우려 했던 옛 선비들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매화의 꽃말이 왜 ‘기품’일까? 생각해 보니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매화가 사군자의 으뜸이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기품’,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품위입니다. 갖추어야 할 가치이자 덕목입니다. 과연 나에게 그런 기품이 있을까?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다시 매화를 봅니다. 남은 인생이라도 부족한 덕목을 쌓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지난겨울 아픔과 시련을 이겨낸 매화꽃이 새롭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