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잘 지내셨지요?
물론 나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해야 당신도 마음이 편하겠죠. 어쨌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당신을 다시 보는 게 새롭게 느껴집니다.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건만 이런 기분은 처음인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를 시작한 지 막 2년이 지났습니다. 할까 말까 망설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겨울 끝무렵이었죠. 평소 SNS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할 수 있을까 망설였죠. 완전 컴맹이었으니까요.
떠밀려 내린 듯한 종착역,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죠. 예정된 일이지만. 준비한 것도 없이 도착한 역, 막상 내리고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좋은 말로 무한 자유를 얻은 자연인이 되었는데 막연했습니다.
10년이나 되었네요. 반복되는 일상의 빈칸을 채우는 게 쉽지 않았죠. 텅 비어 있는 일상의 한 페이지를 펼치면 첫 문장부터 막혔습니다. 쓸 게 없으니 빈 여백만 있는 거죠. 백지상태에서 멍 때리다 보면 고독감이 밀려왔습니다.
경조사가 있거나 술자리라도 있는 날은 괜찮은데 채울 게 없는 날이면 첫 문장의 마침표조차도 찍지 못하고, 쉼표만 긋고 있어야 했던 날이 많았죠. 그래서 마음먹은 게 블로그였습니다. 자신이 없었지만 일단 해 보자 했던 게 2년 전이었습니다.
당신이 오는 길목에서 시작한 블로그(수다 한 잔, 사진 한 장), 무슨 수를 쓰더라도 1년을 버텨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 찍고, 글 쓰다 보니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당신을 만났습니다.
블로그 안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당신, 1년 만에 다시 당신을 만났을 때 나를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이 대견했던 거죠. 그랬던 내가 또 다시 새로운 당신을 맞게 되어 기쁩니다. 새롭게 느껴지는 모습이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쓰고 싶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사진 찍고, 때론 글 쓰느라 머리를 싸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끙끙대며 시간 보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블로그를 시작한 그때를 생각하면 살아 있음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당신이 찾아 왔습니다. 오늘도 당신과 함께 온 아침 해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시 보게 되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봄, 당신이 있어 삶이 행복합니다.
다시 본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특히 당신이 펼치는 자연의 향연은 내게 삶의 에너지가 되어 줍니다. 다만 아쉬운 건 당신이 머물다 가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러다 다시 볼 수도 없을 것 같아 슬프기도 하고요.
하지만 진심으로 그런 일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당신을 이대로 다시 보게 되길 희망합니다. 당신이 늘 모두에게 희망이었듯이 변함없이 다시 당신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봄, 당신을 다시 보게 되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