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없다
한때 ‘제비족’이 있었습니다. 카바레 같은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돈 많은 여인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건달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금은 카바레 같은 유흥업종이 사양 업종이어서 그런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자 직장이나 다름없는 카바레 업종이 없어졌거나 콜라텍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음력 3월 3일)입니다. 그런데 봄이면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제비도 보기 힘듭니다. 생각납니다. 고향집 처마 끝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살던 제비가. 해마다 다시 찾아왔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있긴 있어도 분명 옛날같지 않습니다.
어릴 적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사는 제비가 신기했습니다. 다른 새들은 천적을 피해 눈이 잘 띄지 않는 숲 속에 은밀하게 둥지를 틀고 사는데. 녀석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가 봅니다. 사람과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사는 게 궁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녀석도 분명 새인데 말입니다.
제비는 사람에게 유익한 새라 배웠습니다. 녀석들의 먹잇감은 농작물에 해로운 해충을 비롯해 모기, 파리, 나비, 잠자리라고 합니다. 이런 제비를 우리는 싫어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이걸 알기에 사람들도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몇 달 정도 공짜로 사는 것을 봐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정작 제비가 사람 사는 집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합니다. 녀석의 천적은 까치, 까마귀, 맹금류인 매나 황조롱이랍니다. 놈은 사람들이 살거나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에 둥지를 틀지 않습니다. 제비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많은 곳이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겁니다. 새끼를 키우는 데 최적의 장소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비가 살던 생태환경도 변했습니다. 농촌의 논과 밭도 줄어들면서 비닐하우스가 늘었습니다. 살충제 살포로 그들의 먹이가 줄어들었고 들녘은 농약으로 오염되어 둥지로 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둥지를 만들 수 없고 새끼를 먹여 살릴 삶의 터전도 망가져 돌아와도 실업수당을 받아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한데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놀부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돌아오면 제비가 살집이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흥부는 무주택자라 월세를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놀부네 집에 지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놀부 집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면 놀부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다리를 부러뜨릴까 봐 돌아올 수 없다고 합니다.
쓴웃음이 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풍자한 것 같아서. 흥부와 놀부전에 나오는 제비도 희망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착한 흥부의 희망과 꿈이 갈수록 사라져 가고, 놀부만 살기 편한 세상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씁쓸하기 짝이 없는 2025년 삼짇날입니다. 제비가 있는 봄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