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작가 2025. 5. 26. 00:00

가이드가 말했다. 달랏에 온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가야 할 명소가 있는데, ‘코코넛 커피로 유명한 콩 카페’란. 가이드는 여기에 왔으니 한 번쯤 먹어봐야 할 음료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달고 부드러운 코코넛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음료라는데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이 아니었으면 싶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커피 향에 달콤한 천연 코코넛 맛이 어우러져 더위와 피로가 싹 날아가는 느낌이 난다는데, 정말 그럴까? 궁금해진다. 그런 가이드 말이 기대에 빗나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투어 버스에서 내려 콩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얼핏 보기에 고객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그만큼 콩 카페의 코코넛 커피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사약 같았던 커피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유럽 여행때 마셨던 커피가 그랬다. 양은 엄청난데 너무 쓰다. 도저히 마실 수 없어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난다. 그런 커피를 즐겨 마시는 그들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란 걸. 베트남이 생산하는 커피는 연간 160만 t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5분의 1에 이른다고 하는데 특히 한국이 수입하는 커피의 약 40%가 베트남산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리나라 사람의 커피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것 같다.

커피가 처음 보급된 것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7년으로 프랑스 가톨릭 선교사에 의해 보급되었다고 하는데 초기에는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재배되었다, 이후 베트남전쟁 끝난 후 서부 산지와 동남부 지역에서도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을 만큼 빼놓을 수 없는 농산물이다.

 

프랑스 식민 시절 영향을 받아 커피를 베트남어로 '카페(Ca phe)'라 부르고, ‘(Cong)’은 함께()라는 뜻이란다. 즉 콩 카페(Cong Ca phe)라는 상호가 분단되었던 남북 베트남에서 통일을 이뤄낸 베트남 사람의 자부심이 녹아든 장소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콩 카페라는 브랜드는 베트남이 자부심을 잘 살린 자랑할 만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베트남에 한 번이라도 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고 한다. 작은 가게부터 큰 마트나 면세점에 이르기까지 어디를 가든 수많은 종류의 커피가 매대에 진열돼 있는 걸. 커피를 빼면 마땅한 선물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커피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나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난 커피 애호가가 아니다. 커피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다. 어차피 온 투어이니 커피를 마셔 볼 뿐이고, 기행문을 써야 하니 관심을 기울여 가이드 말을 들을 뿐이고, 더불어 카페 내부도 몇 장의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난 그렇게 가이드 말에 집중했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덧붙여 말했다. 베트남 커피에는 연유가 들어가는 커피가 많은데 카페 쓰어 농은 연유가 깔린 잔 위에 얹어 나오는 드리퍼를 커피가 다 내려진 다음에 조금씩 저어가며 마시란다. ICE 커피는 카페 쓰어 다로 달고 시원해 좋은 커피이고, 커피 본래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카페 덴 농과 같은 블랙커피를 마셔보란다.

드디어 코코넛 커피가 나왔다. 한 모금 마셔 본다. ‘!’ 이런 맛 처음이다. 가이드 말이 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