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에세이/라떼별곡

혼자라서 쓸쓸하시죠?

훈 작가 2025. 6. 27. 00:00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한 남자가 한밤중에 산길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때 멀리 산 아래 불빛이 보였습니다. 그가 찾아와 하룻밤 쉬어 가기를 간청하자 여인은 남편이 멀리 출타 중이어서 거절하려 했지만, 사정이 너무 딱해 보여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남자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양귀비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겁니다. 심란한 마음으로 잠자리를 뒤척이고 있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여인이 들어오며 말했습니다.
 
혼자 주무시기가 너무 쓸쓸하시죠?”
 
네. 사실 그게~ 그렇습니다.”
 
남자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 잘됐네요. 길 잃은 노인 한 분이 또 오셨거든요.”
 
.”

(퍼온 글)
 
청보리밭에 꽃양귀비 한 송이가 보입니다. 혼자라서 쓸쓸해 보인다면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주변이 모두 초록인데 빨강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홍일점인 거죠. 본래 뜻은 푸른 잎 가운데 피어 있는 한 송이의 붉은 꽃입니다. 그런데 많은 남자 틈에 하나뿐인 여자를 이르는 뜻하는 말로 쓰이죠.
 
홍일점 상황이라면 누구나 쓸쓸하지 않을까요. 이와 좀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 오는 바람에 전학해야 했습니다. 낯선 아이들과 첫 대면 하는 날 나만 까까머리였습니다. 모두 도시아이들은 상고머리였던 겁니다. 말 그대로 나는 시골 촌티가 철철 흘러넘치는 아이였습니다.
 
한동안 내게 말을 걸어오는 친구도 없었고, 또래 아이들이 날 끼워주지도 않았죠. 시골 친구들이 그리웠습니다. 노는 시간이면 요즈음 말로 학교 운동장 하늘만 멍 때리곤 했죠. 날 놀리는 녀석과 싸우다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했고요. 내 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기분, 정말 쓸쓸했습니다.
 
학교 가기가 싫었습니다. 숙제도 밥 먹듯이 안 했고, 날마다 청소 당번을 도맡아 했죠. 아마 그때 쓸쓸함이 몸에 배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디든 혼자서 잘 돌아다니며 놀았습니다. 물론 중학교 가서는 아니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초등학교 시절만은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절대로.
 
세상이 바뀌어 혼자라도 쓸쓸함이 익숙한 시대가 된 듯합니다. 혼밥, 혼술, 혼영, 혼행이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하거든요. 시대 흐름에 대한 반영일 겁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인 가구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쓸쓸할 시간이 없는 거겠죠. 
 
만약 요즘 같으면 (퍼온 글)의 주인공이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상상컨대 이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여인을 보지도 않은 채 하던 스마트폰만 보면서 "방금 뭐라고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