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도 더위가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일요일인 어제 날씨는 찜통더위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하루였습니다. 사진 전시회를 보고 집으로 가려고 주차장까지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걷는데 햇살이 따갑고 습도까지 높아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일기예보는 비가 올 거라 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빗나간 하루였습니다.
집에 도착해 티스토리에 무얼 포스팅할까? 사진 폴더를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사진을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뭔가 올리지 않으면 마치 초등학교 시절 숙제를 안 하고 학교를 가는 기분 같아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키워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30여 분을 살펴보다가 꽂힌 사진입니다. 언 듯 사워 헤드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7월이면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이 사진은 작년에 연꽃밭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흔하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고 특별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피사체도 아닙니다. 이런저런 연꽃 사진을 찍으면서 그냥 찍어 본 사진에 불과합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단 하루라도 샤워를 안 하는 날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에 서너 번 하는 날도 있습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 샤워를 안 하면 몸이 끈적끈적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거기에 선풍기와 에어컨까지 틀어야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 그런 여름을 어떻게 지냈을까. 내가 시골에 살 때는 겨우 부채 하나로 여름철 내내 더위를 견뎌야 했거든요. 물론 요즘 도시처럼 더위가 찜질방 같은 더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여름인 초복부터 말복까지는 무척 더웠습니다.
시골엔 수돗물도 펌프도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우물 정도인데 그것도 마을 공동 우물이었습니다. 그 시절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 등목이었습니다. 어른들은 웃통을 벗고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로 서로 번갈아 가며 등목했습니다. 엎드리면 사람 등위로 물을 끼얹으면 ‘아이 시원해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방학 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이 아이의 윗옷을 벗기고 엎드리게 한 다음 등목을 시키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들은 비누로 아이의 등을 골고루 칠한 후 손으로 싹싹 문지르는데 그때 겨드랑이 옆구리를 문지르면 아이들은 간지럽다며 웃거나 몸을 비틀곤 했는데 다 끝나면 손으로 등을 철석 한 대 내리치곤 했죠.
여름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해야 좋은데 그 시절 등목은 물이 너무 차가웠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얼음물 같았죠. 저녁 무렵 등목하고 나면 몸에 닭살 돋듯 몸이 떨리기도 했습니다. 엄마들이 하루 종일 밭에 일하고 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저녁때 등목 해야 했는데 아이들은 그게 고문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게다가 등목하면서 하의(바지)가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종종 젖어서 바지가 마를 때까지 불편할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요즘 아이들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럼에도 하루에 한 번 등목조차 할 수 없었던 동네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집에서 우물이 너무 멀리 떨어진 집 아이들이 그랬죠.
참 좋은 세상입니다. 그래도 등목이란 단어가 내 곁에 있었던 시절은 정겨웠습니다. 요즘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세상입니다. 하루하루 샤워로 더위에 지친 내 몸을 씻어내는 것도 컨디션 유지를 위해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샤워를 샤워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 영혼도 한 번 씻어주는 시간이 되면 좋을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