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에세이/라떼별곡

너도 열받았니?

훈 작가 2025. 7. 15. 00:00

참새 두 마리가 호텔 옆에 있는 전깃줄에 앉아 밀어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수컷 참새가 옆에 있는 암컷 참새의 깃털을 뽑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아까부터 이를 노리던 포수가 저놈을 잡으면 털을 안 뽑아도 되겠다 싶어 깃털 없는 참새를 쏘았습니다. 누드 상태가 된 참새가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수컷 참새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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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열받아, 겨우 꼬셔서 벗겨 놓았더니…."
 
(퍼온 글)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밤이면 열대야 때문에 잠자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밤새 에어컨을 틀고 자고 싶은데 다음 달 전기세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자기 전 잠깐만 에어컨을 켰다가 끄고 잡니다.
 
해가 지면 아파트 단지 뒤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옵니다. 확 트인 공간과 나무들이 있어 답답함을 풀립니다. 하지만 낮 동안 뜨거운 태양열을 받았던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는지 덥습니다. 지구가 받은 태양열 때문입니다.
 
태양이 남긴 뒤끝이 여전히 하늘 끝자락에 남아 있습니다. 해가 긴 탓입니다. 붉게 하늘이 사라지니 짙은 잉크색 하늘이 나타납니다. 한결 눈이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이 정도면 산책할 맛이 납니다. 약간 덥기는 하지만.

7월의 보름달(왼쪽), 12월의 보름달(오른쪽)

홀연 아파트 단지 뒤로 떠오른 보름달, 깨끗한 밤하늘과 대비되어 아름답게 보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달을 품에 안았습니다. 일단 시원한 색감 때문에 달이 멋져 보였거든요.
 
그런데 사진을 보니 보름달이 종전에 보던 것과 달라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붉게 달아오른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달 주변을 보니까 마치 열받은 것처럼 붉은빛이 보였습니다. 한겨울 추울 때 뜨는 달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너도 열받았니?’
 
달도 더위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