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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를 마치며(10)

by 훈 작가 2023. 10. 26.

‘고향의 봄’이란 동요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참 많이 불렀던 동요입니다. 시골 촌구석에서 자라서 그런지, 고향을 떠올리면 마을 언덕과 과수원길이 절로 그려집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늘 그렇듯 고향을 하면 늙으신 어머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일하느라 고생을 밥 먹듯 하시며 사셨을 어머님들이 한두 분이 아닐 겁니다. 특히나 촌구석에서 자식들을 도회지로 떠나보낸 부모님들은 추석 명절을 손꼽아 기다릴 겁니다. 배운 게 없어, 농사만 지을 줄 아는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팔자려니, 하고 고향을 지킵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자식들은 생업에 바쁘다 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찾은 고향, 예전과 다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동구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안 보이고, 경로당 공터엔 시골 노인들만 보입니다. 농번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니면 농사지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떠난 도시 생활, 만만치 않습니다. 삶에 찌들다 보면 제 앞가림하기가 바쁩니다. 시골에 계신 부모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겁니다. 그런 생활에 적응하다 보면 자신들 실속 챙기는 데만 진심인 것도 이해됩니다. 그런데 슬퍼집니다. 농촌의 소멸은 가속화되어 가는데 세상은 무덤덤하기만 합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휴가철이 지나면 일부 해수욕장 인근이나 외딴 시골길을 지나다 키우던 반려견을 버리는 양심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유기견 보호소는 버려진 개들이 부쩍 증가한다고 합니다. 어쩌다 주인과 생이별한 강아지와 말동무하며 지내게 된 노인들. 이게 우리의 고향이자 농촌의 우울한 모습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 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노랫말처럼 고향이 그립습니다. 도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로 아파트가 늘어만 갑니다. 반면, 농촌은 폐허가 된 빈 집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울긋불긋 꽃 대궐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고향을 지키며 사는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농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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