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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터키7

목화의 성(城)이라 불리는 ‘파묵칼레’ 넓은 광야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쉬린제’ 마을에서 ‘파묵칼레’까지 남서쪽으로 2시간 30분을 달려야 한다. 점심 식사 후라서 그런지 눈꺼풀이 무겁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끈질기게 눈꺼풀을 끌어내린다. 말 그대로 비몽사몽 상태다. 그런 와중에도 차창 밖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광활하게 펼쳐진 이국의 풍경이 신비롭다. 적막감 가득한 초원의 풍경도 아니다. 숲이라고 생각되는 풍경은 전혀 안 보인다. 그렇다고 끝없는 지평선도 아니다. 지평선과 구릉지가 적당하게 섞인 풍경이 줄곧 이어졌다. 그 순간 저 멀리 하얗게 보이는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목화성’이라 불리는 ‘파묵칼레’인가, 짐작했다. 조금 더 가까워지니 시야에 들어왔다.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신비감이 보이지 .. 2024. 5. 22.
성 소피아 성당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트램을 타고 그랜드 바자르로 이동했다. 이스탄불 유럽 쪽 구시가지에 있는데, 가이드는 우리에게 8번째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서울의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들을 보면 왠지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도적들 같은 느낌이 든다. 눈이 마주칠 것 같아 얼른 시선을 돌렸다. 터키 남자들은 면도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트램에서 내렸다. 가이드가 다 내렸는지 인원을 확인한 후 앞장섰다. 그를 따라 조금 걸어 그랜드 바자르 1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입구가 성문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이 아닌가 싶다. 규모가 크고 통로가 여러 군데 있어서 길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게이트 번호를 잘 기억하라 하면서 소매치기도 주의하.. 2024. 3. 5.
낯선 행성 여행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마도 내 생애 이런 황홀한 경험이 또 있을까 싶다. 환상 속에 머물다 온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카파도키아 일정이 시작되었다. 카파도키아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패키지여행 특성상 일정이 빠듯하다. 어쩔 수 없이 휴가 일정에 맞추어 여행을 다녀야 하니 어찌하겠는가. 아침 식사 후 지하도시라 불리는 로 이동했다. 지하도시라 하니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이곳은 일종의 피난처다.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박해를 피하려고 터키인들이 만든 곳으로 지하 38m까지 토굴로 만든 생활공간이다. 이미 입구에는 긴 행렬이 늘어서 있다. 한 줄씩 차례로 들어갔다. 폭이 상당히 좁다. 한 줄씩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굴이다. 좁은 통로라 올라오는 사람이 지나가야 다시 내려간다. .. 2024. 2. 23.
열기구 투어 저녁 늦게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마친 후, 벨리댄스를 구경하고 동굴 호텔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한 데 잠이 오질 않았다. 내일 새벽 열기구 투어 때문이다. 그런 사이 깜박 잠이 든 것 같은데 모닝콜이 울린다. 새벽 4시, 눈을 떠야 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 올라가지 않았다. 잠을 내쫓아야 하는데 몸은 한 없이 무겁기만 하다. 패키지여행을 즐기는데,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새벽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 그래도 꿀맛 같은 단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터키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열기구 투어는 상상 이상의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통이 있을지라도 이번 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나 마찬가지인 열기구 투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옵션이다. 그럼에도 단잠의 달콤함.. 2024. 2. 18.
갈라타 다리와 골드 혼(Golden Horn) 골드 혼의 한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걸으니 분식점과 비슷한 가게, 빵집, 정육점, 생선가게, 치즈 가게, 그릇 가게, 일상 잡화점이 줄지어 양쪽에 늘어서 있다. 우리의 전통시장과 비슷하다. 구경이 끝난 후 자유시간을 주어졌다. 아내와 난 그랜드 바자르에서 사려고 했던 그릇을 사러 가게로 들어갔다. 거기에선 흥정에 실패했다. 아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몇 개 고른 후 깎아달라고 하니 거절한다. 잠시 망설이다 다시 서투른 영어로 15달러에 하자고 하니 안 된단다.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나 싶어 가게를 나왔다. 하지만, 여기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랜드 바자르보다 저렴한 것 같으니 여기서 사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는 잠시 망설였다. 흥정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 사자니 .. 2023. 8. 11.
비운(悲運)의 황태자 비운의 황태자 ‘마호메트 오르한’의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역사의 현장에 와 있다. 가이드는 역사의 시계를 되돌렸다. 1923년 3월 3일 자로 터키 공화국이 출범한 후 오스만 왕가에는 커다란 시련이 닥치게 된다. 그것은 모든 왕족에게 내려진 추방령이다. 15세의 어린 왕자 '마호메트 오르한'은 그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하게 된다. 2명의 경찰과 경시총감이 눈물을 글썽이며 종이 한 장을 어린 황태자에게 건네주면서 “저를 용서하십시오. 왕자님,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학교에서 돌아와 자전거를 타려던 어린 황태자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채 읽지도 못하고 서명합니다. 24시간 안으로 떠나라는 이 명령서는 왕족들에게 어떠한 이유도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재산.. 2023. 3. 23.
피에롯티 언덕 슬픔이 묻어난다. 이 언덕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롯티’의 국경을 초월한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곳이라 하니 그렇다.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하는 25세의 해군 중위 ‘피에롯티’는 골드 혼을 보기 위해 자주 이곳에 올라 산책하던 중 21세 미망인이었던 터키 여인 "하라"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져 “하라”와 결혼을 결심한다. 그 후 프랑스로 돌아가 가족을 설득하고 유산을 정리한 후 이스탄불에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하라”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행방이 묘연했다. 결국 ‘피에롯티’는 터키정보부에 ‘하라’의 소재 파악을 부탁한다. 그리고 며칠 후 비통한 소식을 접한다. 외국인과 만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버리고 친정아버지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오빠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 2023.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