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도시?’
‘이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는 소리로 들렸다. 일단 궁금했다. 궁금증은 당연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이드의 말이 허튼소리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상상이 안 간다. ‘지하도시라고?’ 난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야 하며 의심했다. 한편으론 이런 나의 생각이 맞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가 여행가이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이드 말이 ‘뻥’처럼 들렸다. '지하도시'란 표현 때문이다. 그가 말하고 싶은 곳은 ‘데린쿠유’였다. 사실 ‘카파도키아’ 하면 ‘열기구 투어’만 기대했다. 내 생애 처음 느껴 본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아직도 하늘에서 내려다본 카파도키아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가이드는 ‘데린쿠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인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지하 85m 깊이에 18층 구조로 건설된 ‘지하도시’라는 것이다. 그런데 규모가 장난이 아니란다. 최대 20,000명의 주민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난 그래서 ‘뻥’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던 지하도시 '데린쿠유'는 1963년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 한 주민이 지하실 틈새로 닭들이 사라지는 것을 쫓다가 우연히 통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카파도키아에 200여 개가 넘는 지하도시가 있고,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이며,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미스터리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왜, 이런 걸 만들었는지도 언급했다. 비잔틴 시대 기독교인들이 로마제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주민들은 이곳에서 수개월간 숨어 살 수 있도록 건설했다는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일단 들어가 눈으로 보는 게 낫다며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안전을 강조하며 절대 개인행동은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경사진 굴이다. 폭이 상당히 좁았다. 한 줄씩 들어갈 수밖에 없는 통로다. 좁은 통로라서 올라오는 관람자들과 마주치면 기다렸다 다 지나간 다음 내려간다. 조금 들어가니 지하도시란 표현을 왜 사용했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지하도시란 말이 실감났다.

특이하게도 가축을 기르는 외양간 같은 곳도 있다. 환기구도 만들어 놓았다. 통로 중간중간에 외부 침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맷돌 모양의 돌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까지 해 놓았다. 단순한 굴이 아니었다. 벽면을 만져 보니 흙이 아니다. 암석이다. 가이드 말이 ‘뻥’이 아니었다. 놀랍다. 그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가이드가 잠시 넓은 공간에 멈추었다. 그가 지하도시를 건설하면서 나올 수밖에 없는 엄청난 양의 토사가 있어야 하는데, ‘카파도키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단다. 그게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자연환경 특성상 지상은 어느 곳도 숨을 만한 곳이 없는 곳이라 굴을 만들어 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다.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따로 있다. 여길 어떻게 설계했으며, 어떤 도구를 사용해 만들었을까, 하는 점이다. 설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는 과학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건 그냥 미스터리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소아시아 반도에 자리 잡은 터키는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충돌하는 지역인 것이다.

로마 시대 동방정책으로 종교적 박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데린쿠유’는 그 산물이다. 종교적 충돌로 인해 터키인들은 박해와 고통을 받아야 했다. 박해의 주체는 기독교다. 새삼스럽게 종교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왜 인간은 신과 종교에 종속되어야 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
오전 투어가 끝났다. 점심시간이다. 점심 메뉴는 특식이란다. 왠지 ‘특(特)’ 자가 들어가면 기대된다. 특식은 항아리 케밥이었다. 발음하면 개밥처럼 들릴지 모른다. 가이드는 우릴 항아리 케밥 전문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우린 허기진 배를 달래러 식당으로 향했다.
항아리 케밥은 항아리 같은 단지에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와 양념, 채소를 버무려 넣고 뚜껑을 덮은 후 밀가루 반죽으로 밀폐시키고 끓인다. 조리가 된 항아리단지를 테이블로 가져온 후 뚜껑을 열고 적당히 그릇에 덜어낸다. 그릇은 밥공기 보다 크다. 먼저 나온 야채수프를 한 스푼 떠서 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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