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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13

Hot Dog(13) 그날의 진실 시위 당일 지영은 멀리서 지켜보았다. 모든 걸 감수하겠다고 생각하며 결정한 일이었다. 용서받지 못할 일인 것을 잘 알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은 이기적이다 못해 독한 여자다. 왜 이래야만 했는지 진실을 죽을 때까지 가슴에 묻고 살겠다고 지영은 마음먹었다. 시위 일주일 전. 지영은 다음 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임시회의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자로 안내된 안건은 말복에 맞추어 개 식용 반대 시위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작년에는 초복에 맞추어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시위했었다. 그때는 하루 휴가를 내고 참석했었다. 지영은 시위계획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잘 됐다 싶어 말복에 맞추어 오빠와 같이 여름휴가나 갈 생각으로 전화를 해 보려던 참이었는데 .. 2024. 1. 6.
Hot Dog(12) 자식 사랑 지영이 이모의 전화를 받고 며칠 뒤 아파트로 갔다. 엄마가 시위로 받은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지영은 엄마가 어느 정도 심경(心境)의 변화가 있을까 궁금했다. 지영은 이모와 통화하면서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모르긴 해도 기가 꺾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든 지영은 이제야 뭔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 아파?” “그래, 아프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럼, 나랑 같이 병원에 가 볼까?” “병원에 간다고 나을 병이 아니야.” 강하게만 보였던 엄마가 오늘은 측은해 보였다. “지영아!” “뭔데, 말해봐.” “갑자기 손님이 확 줄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매상이 반토막 났다고.” “갑자기 왜? “말복 날 있잖아, 동물보호협회인지 단체인지 하는 사람들이 몰려와한 바탕 난리를.. 2024. 1. 5.
Hot Dog(11) 시위 “사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 좀 보세요.” 다소 서툰 우리말로 연변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을 떨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엄마는 카운터 쪽으로 가 창밖을 보았다.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피켓이었다. 등의 글귀와 함께 개 사진이 보였다. 20명 정도의 사람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그들이 길 건너편에서 “개 식용.” “반대.” 구호를 반복하며 외치고 있었다. 엄마가 앞치마를 풀어 카운터에 던져 놓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2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건넜다.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야.” 큰소리치며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하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엄마가 피켓을 빼앗으려 하자 남자는 피켓을 더 높이 쳐들었다.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남녀회원 2명이 동.. 2024. 1. 4.
Hot Dog(10) 기싸움 지영은 중복 날 오전, 미리 전화도 하지 않고 불쑥 가게를 찾았다. “웬일이야, 출근 안 해?” 엄마가 놀라며 물었다. “하루 휴가 냈어. 중복이라 오늘도 매우 바쁘잖아.” “이구~ 온다고 미리 전화라도 하지. 그랬으면 알바 아줌마 부르지 않아도 되는데.” “엄마! 그냥 좋으면 좋다고 그래. 내가 없는 것보다 낫잖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엄마는 딸과 부딪치는 게 싫었다. 지영은 초복 때처럼 카운터 계산과 손님을 맞았다.. 오전 11시부터 손님이 몰려들었다. 식당 앞은 대기 중인 손님들로 북적였고 오후 3시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보신탕이 뭐가 좋아서 먹는지 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유의 식문화라지만 가축이 아닌 개를 어떻게 먹지. 인간은 정말 섬뜩한 동물이라는 생각이야. 먹을 게.. 2024. 1. 3.
Hot Dog(9) 잠 못 이루는 밤 예상했던 대로다. 엄마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시간도 없다. 이제는 초조하기까지 하다. 지영이 오피스텔로 돌아와 강아지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Hot Dog가 멀뚱멀뚱 지영을 쳐다본다. 볼수록 귀엽기만 Hot Dog인데 엄마가 트라우마 때문에 싫어한다. 생각하니 난감하다. 그나저나 엄마가 이혼 후 우울증을 앓았다는 건 충격이다. 오랫동안 엄마의 강한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믿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엄마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강한 척했는지 모른다. 살기 위해서 모든 걸 아닌 척하며 살아와서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할수록 엄마가 애틋하다는 생각이 든다. “야. Hot Dog! 어떡하니. 네 이름 언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Happy라고 불러 주어야 할 텐데. .. 2024. 1. 2.
Hot Dog(8) 속마음 딸의 속셈을 알 것 같다. 자존심 때문에 창피해서 그러는 거다. 이해되는 측면은 있지만 딸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서운했다. 보신탕집을 그만두라는 딸의 말이 엄마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인 것 같다. 딸은 뭔가 서두르는 것은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이렇게 집요하게 설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딸이 남자한테 푹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마음속에 결혼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 서른도 안 되었는데 뭘 그렇게 서두를까. 딸이 시집가면 혼자다.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진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는데 딸이다. 따지고 보면 연애도 못 해 시집가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보다 낫다. 그리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은 편다. 혹시 딸이 여동생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휴대.. 2024. 1. 1.
Hot Dog(7) 꿈 토요일 저녁. 지영은 이모한테 Hot Dog를 맡겨 놓고 엄마 아파트로 갔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니 엄마가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홈 쇼핑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엄마! 나왔어.” “강아지는 잘 있니?” “웬일이야, 강아지 안부를 물어보고.” “안부는 무슨 안부~.” “오다가 이모 집에 맡겼어.” “보아하니 나한테 할 얘기 있구나.” “엄마! 미아리 가서 돗자리 깔아도 되겠네.” “널 30년 가까이 키웠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속은 훤히 다 볼 수 있어.” “엄마! 커피 한잔할까?” “난 좀 전에 마셨어. 너나 마셔.” 지영이 주방으로 가 원두커피 한 잔을 내렸다. 엄마는 여전히 홈 쇼핑 채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화면에 영국산 명품 커피잔 세트라며 쇼 호스트가 설명하고.. 2023. 12. 31.
Hot Dog(6) 트라우마 지영은 이모 집에 맡겨 놓은 ‘Hot Dog’를 데리고 나왔다. 부쩍 흰머리가 많아진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무슨 수를 내든 풀어야 하는데 자꾸만 떠밀려 Hot Dog 문제가 내일로 또 내일로 넘어간다. Hot Dog를 조수석에 내려놓고 시동을 켠 다음 에어컨 버튼을 누르고 바람 세기를 최대로 올렸다. 온종일 뙤약볕 때문에 차 안이 찜통이다. Hot Dog도 입을 벌리고 혓바닥을 내밀어 ‘헉!~헉!’ 댄다, 시원한 바람이 나오자, 지영은 열어 두었던 양쪽 차창 문을 올리고 좌우를 살피며 액셀 페달을 밟았다. 아파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우회전했다.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2023. 12. 30.
Hot Dog(5) MZ세대 엄마는 꽉 막힌 사람이다. 항상 자신의 처지에서만 말한다.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꼰대다. 이야기하다 보면 하나 같이 잔소리로 들린다. 말끝마다 ‘요즘 애들’ 하며 말하면 모든 게 부정적이다. 수의사가 된 딸이 나이 스물여덟이나 되는데 아직도 철부지로 보는 것 같아 언짢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Hot Dog만 해도 그렇다. 딸이 키우고 싶다는데 왜 안 된다고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지영도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 엄마는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핑계 같다. Hot Dog는 돈 주고 산 것도 아니다. 분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당하는 처지인데 불쌍하지 않은가. 강아지 키우는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빚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왜 싸늘한 것.. 2023. 12. 29.
Hot Dog(4) Hot Dog “지영아!” 엄마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엄마의 성격은 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영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엄마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이다. “왜? 엄마!” 지영은 엄마 얼굴을 살피며 대답했다. “웬 강아지야?” “어, 내가 키우려고.” “엄마 허락도 없이 네 맘대로.” “아니,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데 허락받아야 해.” “그래도 그렇지, 사전에 엄마와 상의해야지.” “엄마!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걸 상의해?” 지영은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지영아! 이게 네 집이니? 엄마 집이지.” “엄마! 지금 내 집 네 집 따지는 거야?” “얘기하기 싫으니까, 그 강아지 갖다줘.” “난 못해.” “….”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2023. 12. 28.
Hot Dog(3) 봉사활동 한적한 들녘을 지나 야트막한 야산 아래 경기도 ○○시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보였다. 예전에는 마을 가까이 있었는데 민원 때문에 이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고 길도 외져서 여자 혼자 오기에는 무서울 것 같다.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왔을 때는 그냥 개 짖는 소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버림받은 원망과 학대받은 분노, 주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감정이 뒤섞여서 들린다. 녀석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회원으로 처음 봉사 나왔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무서웠다. 개들의 눈빛은 분노 어린 표정에 가까웠다. 마치 인간을 향해 원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온 회원들이 없었다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지금은 적응이.. 2023. 12. 27.
Hot Dog(2) 터닝포인트 엄마는 딸이 의사가 되길 원했고 지영도 엄마가 바라는 대로 의대에 갈 생각이었다. 지영이 수의대로 진로를 바꾼 건 고3 때였다. 고등학교 학생부 봉사 시간 점수는 입시를 위해 따야 하는 점수인데 지영에게 큰 고민이었다. 가능하면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되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게 여의찮았다. 지영은 엄마에게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알아봐 달라고 했다. 엄마는 딸의 말에 백방으로 알아봤다. 심지어 단골손님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와중에 시장 입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P 사장 친척인 ○○구청 식품위생과 공무원을 통해 서울 근교의 ○○유기 동물 보호센터를 소개받았다. 집에서 좀 멀고 교통이 불편하긴 했지만, 지영은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했다. 학생 신분이라 그.. 2023. 12. 26.
Hot Dog(1) 엄마 가게 초복 날 보신탕집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엄마는 주문받으랴 홀 서빙하랴 정신없이 바빴다. 지영은 카운터 일을 보며 빈자리가 날 때마다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53번 손님 들어오세요.” 한 무리의 손님이 계산하고 빠져나가자, 지영은 문을 열고 나가 다음 손님을 불렀다. 그늘막 아래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기다리던 중년남성 6명이 황급히 담배를 끄고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여섯 분.” “안쪽 7번 방으로 들어가세요.” 엄마가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야! 오늘 정말 덥네.” 흰색 반소매 와이셔츠 차림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50대 중년 남자가 말했다. “부장님! 초복이잖아요,”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하며 방바닥에 .. 2023.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