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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3)

by 훈 작가 2023. 12. 27.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봉사활동

  한적한 들녘을 지나 야트막한 야산 아래 경기도 ○○시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보였다. 예전에는 마을 가까이 있었는데 민원 때문에 이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고 길도 외져서 여자 혼자 오기에는 무서울 것 같다.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왔을 때는 그냥 개 짖는 소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버림받은 원망과 학대받은 분노, 주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감정이 뒤섞여서 들린다. 녀석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회원으로 처음 봉사 나왔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무서웠다. 개들의 눈빛은 분노 어린 표정에 가까웠다. 마치 인간을 향해 원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온 회원들이 없었다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지금은 적응이 된 탓인지 볼수록 가엾다.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녀석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견사를 지나다 보면 온갖 개들을 모아 놓은 품종 전시장 같기도 하다. 크고 무서운 개도 있지만 작고 귀여운 애완견들이 훨씬 많았다. 
  봉사회원 일행을 센터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갈수록 유기견이 늘어 안타까워했다. 커피를 마신 후 K 수의사의 안내로 탈의실로 갔다. 그가 일회용 작업복을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갔다. 
 “지영 씨! 이젠 무섭지 않죠?”
 “네. 회장님! 처음엔 개 짖는 소리만 들어도 무서웠거든요.”
 “자, 다 준비됐으면 나갈까요.”
  지영은 미리 준비한 면장갑을 꺼내 손에 꼈다. 다른 회원들도 면장갑을 끼면서 탈의실을 나왔다. 견사로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시끄럽게 짖었다. K 수의사가 안내한 견사는 5곳으로 3곳은 작은 애완견, 2곳은 중간 정도 크기의 보통 개들이 있는 곳이었다. 
  K 수의사가 애완견 견사는 여자 회원, 나머지 견사는 남자 회원에게 맡겼다. 회원들은 조를 나누어 작업을 시작했다. 남자 회원 8명은 2개 조로 나누어 아래쪽에 견사로 이동했다. 여자 회원 12명도 3개 조로 견사로 들어갔다.
  개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지영은 여기저기 흩어진 배설물을 볼 때마다 역겨워 토할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어 눈치를 보다 마스크를 꺼냈다. 마스크를 쓰고 보니 다른 회원들도 마스크를 거의 다 착용하고 있었다. 
  배설물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치우고 또 치워도 끝이 없다. 환기 상태도 안 좋았다. 어린 강아지들 특성상 끊임없이 먹기 때문에 작은 배설물이 여기저기 많아 지저분했다. 쓰레받기로 다 치운 다음 물걸레질로 닦아냈다.

  옛 생각이 났다. 지영은 수의대에 다니면서 엄마가 보신탕집을 접거나 다른 업종을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은 그랬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엄마를 설득하는 것은 넘사벽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수의사로 동물병원에서 다니면서 설득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화를 내며 보신탕집이라도 했으니 밥 먹고 살 수 있었다고 언성을 높였다. 지영도 어린 시절부터 고생하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강하게 설득하지 못했다.      
  지영이 동물병원에 근무한 지 1년이 되던 지난 3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봉사활동에 나갔다. 예전과 봉사활동이 어렵지 않았다. 회원들끼리 서로 손발을 맞추어 작업을 했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일이 없었다. 
  그날도 작업을 하려고 견사로 갔다. 강아지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경쟁하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영을 쳐다보았다. 천사 같은 눈빛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었다. 녀석들이 어쩌다 버림을 받았을까. 
  견사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을 막고 다른 한쪽으로 개를 몰았다. 오물을 치우고 물걸레질을 한 후 물을 채워주고 사료도 채워줬다. 그사이 한 녀석이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총총걸음으로 돌아다녔다. 녀석을 잡아 강아지들이 있는 쪽으로 넣을까 하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
  마지막 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사료통이 엎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개구쟁이처럼 놀리는 같아 녀석이 얄밉게 보였다. 지영은 짜증 내지 않고 다시 정리했다. 재미있다는 듯 다시 엎질렀다. 
  지영이 쭈그려 앉으며 말썽꾸러기 녀석에게 장갑을 벗고 두 손을 내밀었다. 녀석이 깡충깡충 뛰어와서 막대 사탕 빨듯이 손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앙증스럽기만 한 녀석이 두 발로 지영의 손을 꽉 잡고 작은 이빨로 깨물었다. 
 “야! 간지러워.”
  엄마 개와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얼마나 엄마 품이 그리웠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발로 지영의 손을 붙잡고 빨아댔다. 지영은 녀석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영이 녀석을 번쩍 들어 올리자 파르라니 꼬리를 떤다. 녀석의 눈망울이 천사처럼 보였다. 누가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버렸을까. 지영은 녀석을 품에 안으며 오른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가만히 보니까 많이 울었는지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센터장님 방에 잠시 들렀다.
 “센터장님! 뭐 좀 여쭤봐도 돼요?”
 “뭔데요? 지영 씨!”
 “작은 애들만 있는 견사를 청소하다 보니까 아기 같은 녀석이 눈에 밟혀서요.”
 “아~아, 포메라니안 말하는 거군요.”
 “맞아요.”
 “그 녀석 언제 왔어요?”
 “이틀밖에 안 됐어요. 마침 그날 오전에 시청에 보고할 문서가 있어서 내가 제일 먼저 출근했는데 정문 앞에 누가 갖다 놓았는지 라면상자 안에 사료통과 같이 작은 담요에 덮여 있더라고요.”
 “센터장님! 제가 입양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
 “하 수의사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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