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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북유럽15

덴마크가 너무 부러웠던 이유(2) 신기하게 보였던 게 있다. 자전거다.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데 그렇게 보였다. 덴마크는 선진국이다. 행복 지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럼에도 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게 신기하게 보였다.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90년도 중반이다. 일본 출장길에 도쿄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그런데 덴마크는 이보다 한 수 위다. 가이드에게 왜 이렇게 자전거가 많냐고 물었다. 일본 출장길에 봤던 얘기도 덧붙였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람 수보다 자전거가 더 많단다. 코펜하겐 시민의 56%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취미나 운동이 아니고, 교통수단이란다. 헐! 나는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었다. 설마 ‘뻥’은 .. 2024. 3. 26.
게이랑에르 가는 길 비가 내린다. 노르웨이의 첫 인연이 비였다. 여행에서 만난 비는 반갑지 않다. 그래도 여행인지라 그땐 내색하지 않았다. 오슬로를 벗어나면서 빗방울이 굵어졌다. 애써 불편한 마음을 감추었다. 숙소인 와달(Wadal)에 도착해서도 그저 지나가는 봄비이려니 했다. 막연한 기대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단 마음이 편했다. 야속하게도 다음 날 봄비는 그치지 않았다. 사실 걱정되었는지 새벽에 눈이 떠졌었다. 커튼을 거두어 보았다. 걱정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실낱같은 기대가 실망으로 다가온다. 순간 잠자고 있던 체념이란 단어가 슬그머니 기어 나오더니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나는 그 녀석을 가슴에 안고 침대로 들어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비를 맞으며 투어버스에 오르자 인솔자가 최종 인원을 확인하고서 버스는.. 2024. 3. 23.
훌드라 요정과 효스 폭포 예전에 여름철이 되면 각 방송국마다 납량 특집(納涼特輯)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방송했다. 그중 여름철에 무더위를 잊을 만큼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에서 방영한 전설의 고향이었다. 전설의 고향 하면 무엇보다도 구미호(鳩尾狐)가 생각난다. 사냥꾼을 피하다 우연히 농사꾼을 만나 그의 아내가 되어 인간의 꿈을 기다리는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노르웨이와 스웨덴에도 훌드라(Huldra)라고 하는 요정에 관한 전설이 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꼬리가 9개 달린 천년 묵은 여우 구미호처럼 치마 밑으로 여우꼬리가 보이는 점은 비슷하다. 숲 속의 요정 훌드라(Huldra)는 구미호가 한복을 입고 나타나듯 스칸디나비아 여인들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점도 닮.. 2024. 3. 19.
덴마크가 너무 부러웠던 이유(1) 오늘은 현지 가이드가 인심을 쓴다. 특별히 일정표상에 없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고 했다. 특별하다면 기대가 된다. 우리는 ‘특’이란 글자가 들어가면 유난히 좋아한다. 왜냐하면 뭔가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다. 어쩌면 우리가 그만큼 대접받아야 하는데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은 누구나가 동등한 법인데 아직은 거기까지 수준이 미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편법이 통하는 사회가 ‘특’이란 글자를 만들어 낸다. 생각해 보았다. ‘보통’이란 단어와 ‘특별’이란 낱말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정상적이지 않을 거라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의사결정이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원칙이 바로 서면 ‘특’이란 말.. 2024. 2. 28.
비겔란 공원 조각 작품이 군집해 있는 공원의 중앙 언덕으로 걸어 올라갔다. 하늘빛이 유난히 깨끗하고 푸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의 모습이 하얀 눈사람 모습으로 들어왔다. 조각상 중앙에는 길쭉하게 빼빼로 모양의 조각상도 있었다. 거기에는 인간 삶의 여정을 표현한 것 같은 다양한 표정이 담겨 있다. 그 조각상을 중심으로 삶의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을 담은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마다 나름대로 주제가 있을 텐데, 각각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설명이 없으니, 눈으로만 본다. 참 이럴 때가 답답하다. 안목으로 보아야 하는 데 그게 없기 때문이다. 이 공원의 원래 이름은 ‘프로그네로 공원’이나 지금은 비겔란 조각공원이다. 오슬로 도심의 북동쪽 드넓은 녹지에 조성되어 아.. 2023. 12. 15.
카메라 세례 카메라 세례를 받는 사람은 세간의 관심을 받을 만한 사건의 주인공인 경우입니다. 대개 장소가 경찰서 이거나 검찰청이면 범죄와 관련된 피의자이거나 참고인이고, 장소가 여의도 국회이거나 정당이면 정치인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TV나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인터뷰하거나 알 만한 스포츠 스타가 특정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일 겁니다. 일반인이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좋은 일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경우 주인공의 표정이 밝습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일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아예 모자나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푹 숙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유는 다 알고도 남습니다. 우리는 그런 장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요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런 장면이.. 2023. 11. 20.
부러우면 지는 거다 계단은 높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밟고 오르거나 내릴 수 있도록 여러 턱으로 만든 구축물이다.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계단은 단지 법규상 있어야 하는 부속물에 불과하다. 초기에 등장한 지하철, 이용하려면 불가피하게 많은 계단을 걸어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이 많다. 계단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일부러 운동 삼아 걸어서 오르는 사람들이 아닐까, 여겨진다. 고정관념을 깨는 계단도 있다. 누군가에게 차 한 잔을 마시며 쉬거나,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되어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까운 친구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정담을 나누는 카페가 되어 준다. 이런 계단이라면 누구에.. 2023. 11. 7.
헬싱키 대성당 맛있다라는 말은 미각과 관계있다. 음식을 먹은 다음 미각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 만족스러울 때는 맛있다라고 하고, 맛없으면 맛없다라고 한다. 맛있다라는 말이 음식이 아닌 낱말과 함께 쓰이면 표현 자체가 어색해진다. 결국 이 말은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낱말이다. 시각을 통해 사람, 사물이나 풍경을 보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면 ‘멋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멋있다.’라는 형용사는 사람, 사물, 풍경이 아닌 다른 낱말에 쓰면 문법에 맞지 않고 표현도 이상해진다. 어떤 형용사이든 그에 걸맞은 낱말을 꾸며주어야 잘 어울리는 표현이 된다. 여행은 평소 먹던 음식과 달리 색다른 음식을 먹어야 한다.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 아닌 경우도 많다. 따라서 맛있다는 말을 입에 올리는 상황이 .. 2023. 11. 4.
일곱 자매 폭포와 구원 폭포 모퉁이를 돌아서니 게이랑에르 피오르드가 자랑하는 일곱 자매 폭포 보인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극작가 입센 (Henrik Ibsen: 1828-1906)의 장모 ‘막달레네 토레센’은 이곳 스카겐 지역을 보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토레센이 말한 폭포 중 대표적인 것이, 유람선이 S자를 돌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일곱 자매 폭포(Sju Systre)다. 폭포를 이루는 검은 암벽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그 사이로 하얀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떨어진다. 일곱 자매 폭포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하이라이트다. 일곱 개의 물줄기가 250m 아래 바닥으로 나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곱 자매 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 일곱 자매 폭포 건너편 암벽 사이 골짜기로는 커다란 한 줄기 폭포가 쏟아지는데 그 이름이 프리.. 2023. 9. 29.
스치는 인연일지라도 비가 내린다. 오슬로에 도착하던 날 첫 인연이 비였다. 여행길에서 만난 비는 불청객이다. 그런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봄의 리듬을 담은 왈츠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수에 잠긴 소녀의 눈망울에 맺힌 애수(哀愁) 같았다. 나는 비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싶다. 시내를 벗어났다. 비가 굵어졌다. 신경 쓰이지 않았었다. 숙소인 와달(Wadal)에 도착해서도 그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봄비에 지나지 않겠지 여겼다. 그래서 내일은 그치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빗나갔다. 여행의 즐거움이 떨어져 걱정해야 하는 순간인데도 무슨 까닭인지 차분하기만 했다. 비구름과 안개가 ‘게이랑에르’로 가는 63번 도로를 덮고 있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유네스코 .. 2023. 9. 19.
Family 연보랏빛 새들이 나무에 둥지를 튼 줄로 알았습니다. 라일락꽃이었습니다. 5월의 오슬로 시내는 라일락 꽃향기로 물든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나 향기가 짙은 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습니다. 카를요한스 거리를 거닐다가 잠시 벤치에 앉았습니다.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한가로이 지켜보고 있는데 행복해 보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와 셔터를 눌렀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기를 보고 있습니다. “아가야! 라일락꽃이야. 향기 좀 맡아보렴.”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어디 있을까 싶었습니다.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약자라고 합니다. 삶(Life)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Family)이고,.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치가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관.. 2023. 9. 12.
감라스탄의 비극 스웨덴이 칼마르 동맹을 탈퇴하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고 1520년 11월 7일 덴마크 크리스티안 2세가 이곳을 찾았다. 이때 그를 대포로 저격했지만 실패했다. 화가 난 그는 연회를 위장해 스웨덴 귀족들을 이 광장으로 초대해 이틀에 걸쳐 80여 명의 귀족들 목을 잘라 머리를 모두 광장 우물에 버렸다. 가이드가 설명한 이야기다. ​그 후로부터 스톡홀름의 구시가지에 있는 감라스탄(Gamla stan) 지구의 스토르토리에트 광장(Stortorget)은 피의 광장으로 불린다. 어느 나라 건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역사가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기성세대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 여행지에서 끔찍한 비극의 역사를 듣게 될 때마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 2023. 8. 23.
료안데 폭포 플롬열차 차창 밖으로 폭포가 많이 보였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노르웨이의 자연적, 지리적 특성 때문인 것 같다. 노르웨이는 피오르 많은 나라다. 국토 중앙과 남서부에 넓은 고원지대로 이루어진 산악지형이다. 겨울에 많은 눈이 내려 쌓이는 고원지대는 도로가 통제된다. 내리는 눈의 양도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봄이 와도 늦은 5월이나 되어야 눈으로 막혔던 도로가 뚫려 다닐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고원지대에서 녹기 시작한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폭포를 많이 볼 수 있다. 고원지대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낙차가 크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실타래가 여기저기 길게 걸쳐진 것처럼 폭포가 많이 눈에 보였다. 플롬 산악열차 투어에서도 폭포를 보는 것은 전혀 이상한.. 2023. 4. 13.
빛 내림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옌셰핑(Jönköping)으로 가는 중이다. 스톡홀름에서 옌 셰핑까지는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차창 밖에는 비가 내리다 그쳤다 반복한다.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비 오는 날씨와 커피의 조합은 연인처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해외여행에서 마시는 커피는 조선시대 사약 수준일 때가 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로맨틱한 상상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스웨덴의 시골풍경이 여행의 지루함을 위로해 준다. 졸리는 눈을 난 애써 붙들고 씨름했다. 풍경 때문이다. 하늘가에 걸린 비구름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색 하늘이 짓누르며 보슬비는 여전히 오락가락 내린다.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 여행의 피로를 뿜어내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에 .. 2023. 3. 21.
인어 동상 선착장에 요트가 정박해 있는 바닷가로 왔다. 건너편 부둣가에도 유람선이 보이고 크루즈 선 뒷모습도 보였다. 한 폭의 멋진 그림 같다. 코펜하겐의 여유 있는 오후의 모습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봤던 항구의 풍경이 스쳤다. 그때 시드니 가이드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골프를, 4만 달러 넘으면 요트를, 6만 달러가 넘으면 승마를 즐긴다고 했었다. 오른쪽으로 라일락 꽃나무가 일정 간격으로 향기를 날리며 뽐내고 서 있다. 해변 쪽에 있는 도로인데 왼쪽으로는 바다다. 조금 걸어가니 구경꾼이 많이 모여 있다. 그곳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 더 다가가니 한 사람씩 차례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코펜하겐의 대표적인 상징물 인어공주 동상이다. 한적한 해변에 있는 인어 동상이 왜 유명한.. 2023.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