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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북유럽

일곱 자매 폭포와 구원 폭포

by 훈 작가 2023. 9. 29.

모퉁이를 돌아서니 게이랑에르 피오르드가 자랑하는 일곱 자매 폭포 보인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극작가 입센 (Henrik Ibsen: 1828-1906)의 장모 ‘막달레네 토레센’은 이곳 스카겐 지역을 보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토레센이 말한 폭포 중 대표적인 것이, 유람선이 S자를 돌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일곱 자매 폭포(Sju Systre)다. 폭포를 이루는 검은 암벽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그 사이로 하얀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떨어진다. 일곱 자매 폭포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하이라이트다. 일곱 개의 물줄기가 250m 아래 바닥으로 나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곱 자매 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 일곱 자매 폭포 건너편 암벽 사이 골짜기로는 커다란 한 줄기 폭포가 쏟아지는데 그 이름이 프리아렌(Friaren)이다. 프리아렌은 ‘구혼자’ 또는 ‘청혼자’라는 뜻으로 일곱 자매에게 청혼하면서 자신을 뽐내고 있다. 조금 더 가자 오른쪽으로 다시 커다란 폭포가 나타난다. 그 이름이 브루데스뢰렛(Brudesløret)인데 베일을 쓴 신부라는 뜻이다. 바닥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2단 또는 3단의 형태로 피오르드로 흘러 들어간다. 

이곳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에는 이처럼 이름이 있는 폭포 외에 무명의 가늘고 긴 폭포가 수없이 많다. 이들 하나하나가 피오르 전체 풍경을 정말 아름답게 한다. 그리고 그들 산꼭대기 곳곳에는 드문드문 농가를 볼 수 있다. 이들 농가는 1900년대 초까지 목축업을 하며 살았으나, 지금은 대부분 철수하거나 버려진 채로 남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일곱 자매는 하루 삼시 세끼를 술로 먹을 만큼(?) 술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건너편 언덕에서 살던 총각이 아름다운 일곱자매에게 반하여 모두에게 차례로 구혼하였지만, 술만 좋아하는 일곱 자매가 모두 거절하자 총각은 시름시름 앓다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죽어서도 일곱 자매를 잊지 못한 그 총각은 술병(와인병) 모양의 폭포로 변하였다고 한다. 이 폭포는 일곱 자매 폭포의 반대편에 있다. 정말 와인병과 같은 폭포(일명 : 구원폭포)가 사랑을 잊지 못하고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일곱 자매가 술을 좋아했다고 하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혹시 건너편에 살던 총각이 매력이 없었던 게 아닐까 의심이 된다. 어지간하면 일곱 자매 중 한 사람쯤은 구혼을 받아들였을 텐데 모두 다 거절했다니 좀 이상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구원폭포가 된 총각은 참 복도 없다. 전설은 폭포가 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사실은 총각 귀신이 되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랑에 관련된 전설은 슬픈 이야기가 많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슬프다. 사랑은 슬퍼야 이야기가 된다. 눈물이 있는 사랑은 소설이 되고, 드라마나, 전설이 된다. 눈물 젖은 사랑은 가슴을 울리기 마련이다. 이른바, 심금을 울리는 사랑이어야 사람들은 감동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도 슬픈 사연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보통은 여자가 슬픈 주인공인데 이곳은 남자가 슬픈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게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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