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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북유럽

감라스탄의 비극

by 훈 작가 2023. 8. 23.

스웨덴이 칼마르 동맹을 탈퇴하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고 1520년 11월 7일 덴마크 크리스티안 2세가 이곳을 찾았다. 이때 그를 대포로 저격했지만 실패했다. 화가 난 그는 연회를 위장해 스웨덴 귀족들을 이 광장으로 초대해 이틀에 걸쳐 80여 명의 귀족들 목을 잘라 머리를 모두 광장 우물에 버렸다. 가이드가 설명한 이야기다. 

​그 후로부터 스톡홀름의 구시가지에 있는 감라스탄(Gamla stan) 지구의 스토르토리에트 광장(Stortorget)은 피의 광장으로 불린다. 어느 나라 건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역사가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기성세대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 

여행지에서 끔찍한 비극의 역사를 듣게 될 때마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인간은 선(善)한 존재인지, 악(惡)한 존재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죽음을 면치 못한 수많은 사람이 왜 그렇게 생을 마감했어야 하는가. 생각해 보면 대부분 권력의 칼에 죽었다. 인간은 권력의 탐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

비극의 역사를 후세에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통해 권력은 겸손해야 하고, 자비로워야 하며 정의로워야 한다는 사실을 권력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 자유는 기회와 평등을 부여하고, 공정한 과정으로부터 정의로운 결과를 이루는 세상이 될 수 있다. 

할아버지가 손녀의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으로 감라스탄 구시가지 스토르토리에트 광장(Stortorget)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곳에 도착하면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광장에 얽힌 비극의 역사를 손녀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단재 선생님의 말이 스톡홀름에서도 다시 생각난다.

영국의 역사학자 Edward Hallett Ted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끊임없이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며 부정하려는 일본만 보더라도 역사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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