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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48

'별을 죽인 달'을 마치면서(48) 어쩌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럴 만한 능력도 없었다. 글에 대한 지식도 없고, 평소에도 글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글이라고 해 봤자 회사 생활하는 동안 문서나 보고서 정도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쩌다.’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물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상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속세의중생들은 그게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랄만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장이 실종되었다는 속보가 자막으로 TV 하단에 떴다. 그리고 그날 밤, 그가 발견되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뉴스가 거실에 있는 TV로 날아들었다. 다음 날부터 추한 뉴스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된 비윤리적인 .. 2023. 10. 14.
별을 죽인 달(47) Second life 소살리토(Sausalito)는 스페인어로‘작은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San Francisco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작은 휴양도시다.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동네로 경관이 아름답다 보니 영화의 촬영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촌이기도 하다. 나는 병원을 정리하고 Second life를 위해 이곳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부촌이라 정착한 건 아니다. 동네가 조용하고 문학, 미술 등 예술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바닷가 절벽으로 된 지형으로 태평양 연안에 있어 주변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곳은 금문교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철도와 교통의 종착지로 물류 기능의 중심지였다. 2차 세계 대전 당시는 조선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공장지대 .. 2023. 10. 13.
별을 죽인 달(46) 참회(懺悔)의 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 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서 …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태백산맥 깊은 산속에 가을이 찾아왔다. 나그네처럼 단풍이 또 왔다. 매년 찾아오는 손님인데 올해는 유난히 색이 곱다. 사람이라고는 찾지 않는 깊은 계곡 산허리에 있는 자그마한 암자(庵子)가 보였다. 수행자만 홀로 기거하다 보니 속세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아침에는 햇살이, 한낮에는 숲 속 산새들이 손님이다. 불상 앞에서 반야심경 독경을 끝낸 해월스님이 툇마루에 앉아 가을 끝자락에 매달린 .. 2023. 10. 12.
별을 죽인 달(45) 서울이여, 안녕 “아빠는 어디 가셨어?” “그간 대사관 직원들이 아빠 때문에 고생 많았다며 스티브 대사하고 몇몇 직원들에게 점심 한 끼 대접한다고 나가셨어.” “내일 비행기 탈 일만 남았네.” “그렇지.” “막상 서울을 떠난다니까 실감이 나지 않아.” “그건 너도 모르게 정이 들어서 그런 거야.” “커피 한잔할래?” “아니, 생각 없어. 엄마! 뭐 좀 물어봐도 돼?” “뭔데?” “엊그제 김 변호사님하고 모든 걸 정리하고 헤어지던 날.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난생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어.”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정들어서 그런 거라고.” “정(情)…”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한국인 특유의 정서라고 말해야 하나, 이를테면 한국인만이 가.. 2023. 10. 11.
별을 죽인 달(44) 눈물의 의미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김재형 변호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정말 내가 그렇게 달라진 걸까? 정말 그렇게 보였을까? “그 간의 열정, 그 용기 다 어디로 간 거예요? 자 힘내시고요. 우리 헤어지기 전에 이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머릿속에 그 말이 자꾸 메아리쳤다. Anna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착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변한 것 같은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가 들어왔다. Anna가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오늘 기자회견 한다며?” “사실 난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김 변호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고집을 꺾.. 2023. 10. 10.
별을 죽인 달(43) 이별 전야 Anna는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가장 서두른 일은 오피스텔 처분이었다. 시세보다 싸게 내놓자, 매수를 원하는 이들이 아우성치듯 몰렸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했다. Anna 희망자 중에 지방에서 온 젊은 여성 직장인에게 매도했다. 김재형 변호사와 이별이 남았다. 만날 때는 몰랐는데 이별하려니 왠지 떠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별 뒤 마음에 불어닥칠 눈물을 어떻게 감당할지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만날 때부터 이별은 예고되어 있었다. Susan이 Anna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한마디 던졌다. “변호사님하고 헤어지려니까 자신이 없지?” “맞아. 엄마!” “그게 세상이야.” “이별이 뜨거울수록 인연이 아름다웠다고 받아들이면 돼.” “그럼, 이별은 어떻게 해야 .. 2023. 10. 9.
별을 죽인 달(42) 타개(打開)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최근 전임 대통령의 Anna양 성추행 사건과 Susan여사 기자회견으로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Anna 양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본의 아니게 걱정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전임 대통령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미궁에 빠진 채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Anna양 사건은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 2023. 10. 7.
별을 죽인 달(41) 실종(失踪) “어쩌다 Anna양 사태가 이런 상황이 된 거죠?” “우리가 전임 대통령의 성범죄를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대응만 하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럼, 비서실장은 나 몰라라 해야 했다는 뜻인가요?” “대통령님! 불편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그 어른을 나름대로 지켜주었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집단논리에 빠져나오지 못한 거죠.” “비서실장 얘기를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군요. 차라리 Anna양 교통사고 때 정치적 결단을 내렸으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님! 어쨌거나 친.. 2023. 10. 6.
별을 죽인 달(40) 몰락(沒落) 충격은 외부에서 영혼의 내부로 전달되는 심장의 반응이다. 전직 대통령의 영혼이 벼락을 맞은 듯 흔들렸다. 심장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올랐다. Anna가 내 핏줄이라니?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적 굴욕감이 얼굴을 덮었다. 권력에 취해 지내던 자존심 영역에 수치심이 빛의 속도로 들이닥쳤다. 바로 어제까지 큰소리치며 반전을 시도했던 그였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순간 그는 패닉(panic) 상태에(panic) 빠졌다. 당당하게 나서서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에 나설 수가 없었다. 지금껏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권력과 금력을 동원해 안간힘을 다 쓰며 버텼지만, 더 이상 이 고비를 넘길 재간이 없어 보였다. TV를 끄고 거실 장식장 안에 있는 30년 산 위스키를 꺼내 잔에 따라 단숨에 .. 2023. 10. 5.
별을 죽인 달(39) 판도라 상자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내성적인 성격 탓이다. 하지만 누구든 많은 사람 앞에 서게 되면 떨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두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 딸을 위하는 일이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설은명’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누군가는 기억할 것 같다. 자꾸만 미스코리아 선이라는 사실이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미혼모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나서기 싫었던 이유다. 지울 수 없는 주홍 글씨였다. 당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대문 밖에 나서는 게 두려웠다. 결국 그녀는 조국을 떠났다. 다 잊고 지금껏 살아왔는데 누군가 이를 다시 들추어낼 같아 무서웠다. 그녀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내는 것 같아 어젯밤 잠을 설쳤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2023. 10. 4.
별을 죽인 달(38) 외길 수순 우화(羽化) 과정은 고치를 벗고 날개를 펼치며 나비가 되는 마지막 과정이다. 이 순간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 과정이 너무 안쓰럽다고 도와주면 나비는 날 수 없다. 고통을 이겨낸 나비는 스스로 날 수 있지만 도움을 받은 나비는 날 수 없다. 날개가 있어도 날개를 펼칠 힘이 없기 때문이다. Susan은 Anna가 이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했다. 딸은 이제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이를 지켜보는 엄마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딸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삶은 고통을 이겨내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응급병동 병실은 고통에 겨워하는 앓는 소리가 가득했다. 밤사이 생과 사의 경계에서 허우적대는 소리가 형광등 불빛에 섞여 날아다녔다. Anna는 그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 2023. 10. 2.
별을 죽인 달(37) 오만(傲慢)한 권력 최지철 실장이 이른 새벽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아침 TV 방송에서 CNN 서울 특파원이 보도한 충격적인 뉴스를 본 것이다. 최 실장은 곧바로 웹사이트 CNN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뉴스 파일을 내려받았다. 그는 영어에 능통한 비서관을 찾아 보도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 A4용지로 정리했다. 정리한 내용을 빨리 보고해야 하는데 전임 대통령은 취침 중이다.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전임 대통령의 불같은 성격을 전임자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기다리다 못해 침실을 노크했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두드렸다.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보다 더 세게 두드렸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그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각하! 접니다. 최 실장입니다.” 두 번을 반복하고 나.. 2023. 10. 1.
별을 죽인 달(36) CNN 속보 자정이 지난 시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예, 국정상황실입니다.” “Washington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홍용기 공보관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방금, CNN에서 긴급 뉴스가 방송되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전화했습니다.” “충격적인 뉴스라뇨, 무슨 내용입니까? “전임 대통령에 관한 뉴스인데요. 동영상 뉴스 파일을 전송했으니 먼저 그걸 보셨으면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자막파일을 별도로 첨부했습니다. 궁금한 사항 있으면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기하고 있다 바로 답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당직 비서관이 이메일을 열어 동영상 파일을 불러왔다. CNN Mary Robert 기자가 보도하는 장면이 화면에 떴다. 화면에 청와대가 .. 2023. 9. 28.
별을 죽인 달(35) 혼절(昏絶) Susan은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화살은 시위를 떠난 셈이다. 전임 대통령은 심판받을 것이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도 남았다. Anna가 고통을 견뎌내는 일이다. 문제는 고통을 덜어 줄 만한 진통제가 없다. 심장을 칼로 꽂는 아픔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영혼을 흔들어댈 폭풍 속으로 스스로 헤쳐 빠져나와야 한다. Susan이 엄마로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은 같다. 자식이 고통스러워할 때 그 고통이 자신의 고통이었으면 하는 그 마음 말이다. 그게 모성이다. 모성은 여자를 위대한 엄마로 만든다. Susan도 그런 평범한 엄마의 한 사람이다. 두려움은 종종 앞을 가로막는다. 두려움은 내 안의 문제다. 부딪혀 보.. 2023. 9. 27.
별을 죽인 달(34) 배신(背信) 전임 대통령은 특검의 칼날을 피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기습을 어쩌다 당했다. 그것도 자신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당선시킨 후임자에게 말이다. 불과 청와대를 나온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그는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이봐, 김 대표! 이참에 새살림 차려야겠어.” “저도 청와대가 배신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각하!” “창당 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 창당 준비 작업을 해야겠어.” “알겠습니다.” “창당 발기인 대표는 자네가 맡아. 이제 자네도 여의도에서 중진의원 아닌가. 큰 꿈을 한 번 키워 볼 때가 되었잖아. 지금이 딱 기회야.” “저는 각하처럼 카리스마가 없어서…” “이 사람아! 지금 청와대 주인은 카리스마가 있어?” “…” “여의도에 .. 2023. 9. 24.
별을 죽인 달(33) 자매(姉妹) “오늘 시간 있니?” “언니가 부르면 언제든 총알 같이 갈 수 있어.” “Anna 문제만 매달리다 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거 같아.” “내가 언니라도 그랬을 거야.” “이해해 주니 고맙다. 은영아!” “언니! 그나저나 Anna 문제는 왜 자꾸만 더 꼬여만 가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언니!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그래서 오늘 좀 만났으면 하는데….” “어디서 볼까?” “점심이라도 같이 먹게 명동 어때? “그럼, R 호텔 커피숍으로 12시까지 갈게.” “차 갖고 올 거니?” “아니, 명동은 너무 복잡해서 전철 타고 가려고.” “그래, 호텔서 보자.” “언니! 좀 늦는다고 뭐라고 하지 마.” 예전 같았으면 지나가다 친구라도 우연히 만나 수다를 떨었을 거리다. 세월은 그녀를 바꾸어.. 2023. 9. 21.
별을 죽인 달(32) 요한 신부 Susan은 특검이 부결된 후 딸의 표정에서 실망을 읽었다. 딸이 예전의 모습을 찾아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그림자가 있어 보였다. 아직 정신적으로는 사고의 충격을 다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Anna가 김재형 변호사와 저녁 식사하러 나간 후 혼자 남았다. 여전히 딸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Anna를 지켜보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Susan이 거실 창 쪽으로 다가가 화창한 봄 하늘을 바라보았다. 요한 신부님이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 그레이스 성당에 다닐 때 일이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 성당을 다녔다. 요한 신부님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동양계 여성이 늘 미사만 마치고 조용히 성당을 빠져나갔다. 어느 날 요한 신부님이 Susan을 불렀.. 2023. 9. 18.
별을 죽인 달(31) 신념과 현실 Susan은 허탈했다.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야만 될 시간이 온 것 같아 두렵고 무섭다. 피했으면 좋겠는데 그럴수록 고통이 깊어진다. 이제 막다른 골목인가? 운명은 자신이 고통의 늪을 직접 건너가도록 몰아가고 있다. 지난번 H 호텔 식사 때 남편이 말한 남산타워가 떠올랐다. 차라리 오늘 저녁 남편에게 판도라의 진실을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진실을 말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Susan은 승부수를 던져야겠다는 결심을 굳혀갔다. Susan이 크게 숨을 쉰 후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 저예요.”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했어.” “오늘 저녁 당신하고 모처럼 외식이나 했으면 하는데?” “외식이라고. Anna는?” “김 변호사와 저녁 약속 있데요.. 2023.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