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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장편소설

별을 죽인 달(42)

by 훈 작가 2023. 10. 7.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타개(打開)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최근 전임 대통령의 Anna양 성추행 사건과 Susan여사 기자회견으로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Anna 양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본의 아니게 걱정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전임 대통령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미궁에 빠진 채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Anna양 사건은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유교문화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성평등의 원칙에 따라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언행에 특히 조심해야 하고 여성들에게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법이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게 공정과 정의가 구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국가의 공권력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엄정하게 행사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회 전반에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아빠 찬스다, 엄마 찬스다 하는 말이 사라지도록 만들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내로남불’이란 말도 사라지도록 청와대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그간 이런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분노를 일으키게 한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정부는 여성과 관련한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문제에 대한 범죄행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법을 집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뿐 만 아니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역과 교육 문제에 대한 비도덕적 위력행사나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국민 여러분의 상식에 어긋나지 않도록 공정과 정의, 평등의 가치가 따라 법이 엄정하게 시행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Anna양과 그녀의 가족에게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는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계기로 민심이 안정되고 국면이 전환되길 기대했다. 
  각 언론사의 반응은 대통령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야당도 오랜만에 대변인을 통해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도 대통령 담화를 환영했다. 대학가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통령 담화 발표 직후 비서실장은 미 대사관 스티브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미 하원 외교위원장 가족을 초청하여 대화를 갖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티브 대사는 John Edward 의원과 협의한 후에 청와대 초청 여부를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사과 담화는 정국을 안정시키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먼저, 우리 Anna 양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간 상처와 고통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의 위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Susan 여사에게도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 여사님을 제대로 보듬어 주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가슴에 안은 채 먼 타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여사님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어떤 위로의 말도 부족할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따뜻한 말씀에 그간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쌓였던 섭섭한 감정이 눈 녹듯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John Edward 하원 외교위원장님에게도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따님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한·미 간의 동맹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의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뿌리 뽑을 생각입니다. 특히,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엄하게 다스릴 계획입니다.”
“우선, 사과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대통령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간의 동맹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저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저로서는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특히, 위원장님께서는 한국과 인연이 깊으십니다. 앞으로 미국으로 돌아가셔도 한국과 미국 간의 외교관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위원장님이 노력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John Edward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대통령의 말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대통령은 그간 염려했던 한·미 간의 동맹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느낌을 받았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대통령이 Susan 여사를 보며 말했다. 
“Susan 여사님 기자회견을 보고 마음이 매우 아팠습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지금도 사회 전반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혼모들에 대한 복지정책도 재검토할 생각입니다.”
“대통령님! 남성들의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과 관련 여성들의 고통이 근절되도록 대통령님께서 각별히 관심을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Susan 여사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Anna양!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후유증은 없나요?”
“네, 없습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예정보다 면담 시간이 길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비서실장이 반복해서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대통령이 이를 알아채고 다음 일정이 있다며 오늘 시간을 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면담이 끝났다. 
  대통령이 Anna 가족에게 청와대에서 도자기로 된 찻잔 세트를 선물로 전달한 후 접견실을 나가자,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별도로 Anna 가족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두 사람은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를 나섰다. 사과는 받았지만 보였다. 정작 사과해야 할 당사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실종 사건은 미스터리다. Anna는 그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용서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친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용서하고 떠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사과하는데 왜 인색한 것일까? 자존심이 상한다고 여기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자존심이 아닌 용기 문제다.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다. 그걸 모르는 오만한 권력은 늘 자기 잘못을 권력으로 합리화하려고 한다.
  Anna가 서울에서 사는 동안 이해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보았다. 내로남불 현상에서 비롯한 권력층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들은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적폐 세력’으로 몰아 공격했다.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았다.
  Anna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건 자신을‘피해 호소인’ 공격했던 상황이다. 그들은 민주주의 가치인 정의와 공정을 왜곡하며 Anna를 화나게 했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가 뭔지를 묻고 싶었다. 공정과 정의가 쓴 자신들만이 언어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의 지지자들을 향해 선동했다.
  Anna가 생각할 때 그들은 윤리의 정의와 개념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권력 무대에서 설쳐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잘못한 게 없고 잘못한 게 있어도 항상 과거 정부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들이 추진한 모든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음에도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는 것처럼 포장해 국민을 우롱했다.
  Anna는 생각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권력은 국민이 심판하는 것인데 국민을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오만한 권력은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 그들이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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