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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북유럽

훌드라 요정과 효스 폭포

by 훈 작가 2024. 3. 19.

예전에 여름철이 되면 각 방송국마다 납량 특집(納涼特輯)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방송했다. 그중 여름철에 무더위를 잊을 만큼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에서 방영한 전설의 고향이었다. 전설의 고향 하면 무엇보다도 구미호(鳩尾狐)가 생각난다. 사냥꾼을 피하다 우연히 농사꾼을 만나 그의 아내가 되어 인간의 꿈을 기다리는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노르웨이와 스웨덴에도 훌드라(Huldra)라고 하는 요정에 관한 전설이 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꼬리가 9개 달린 천년 묵은 여우 구미호처럼 치마 밑으로 여우꼬리가 보이는 점은 비슷하다. 숲 속의 요정 훌드라(Huldra)는 구미호가 한복을 입고 나타나듯 스칸디나비아 여인들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남자를 유혹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다.


전설에 따르면 훌드라(Huldra)는 숲을 지나가는 사람들 중 마음에 드는 청년이 나타나면 아름답고 매혹적인 자태로 나타나 유혹하며 결혼을 하자고 한다. 만약 청년이 꼬리를 보고 너무 놀라거나, 그녀의 외모를 비판하거나, 청혼을 거절하면 그 자리에서 잡아먹거나 영혼을 빼앗아 실성을 시킨 채 마을로 돌아가게 만든다고 전해진다. 

 

14세기 노르웨이 티베덴 지역 숲 속 호수로 낚시를 하러 간 청년 카누트가 호숫가에 나타난 훌드라(Huldra)와 우연히 만났다. 처음에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젊은 여성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그만 치마 밑으로 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그는 그녀가 훌드라(Huldra)라는 것을 알고 큰 공포에 질려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훌드라(Huldra) 전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카누 트는 전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는 여인에게 예의를 갖추고 다정한 목소리로 치마 밑으로 속치마가 보인다고 말했다. 훌드라(Huldra)는 부끄러운 듯 꼬리를 치마 속으로 감추고 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호수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겨 낚시를 하면 물고기가 많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훌드라(Huldra)의 말대로 조심스레 호수 맞은편으로 가서 낚시를 했다.  카누트는 트는 큰 물고기들이 계속 잡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가 이상하다 싶어 훌드라(Huldra)가 서있던 곳을 처다 보았는데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더란다. 카누트는 낚시를 마치고 조용히 마을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훌드라(Huldra)를 만나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단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Sirene)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바다의 요정이 살았다. 사이렌(Sirene)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성의 모습으로 요염하다는 것 외에 하반신이 해조(海鳥), 물고기라는 것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모두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다만 마법을 지닌 매력적인 그의 노래를 들은 남자들을 사로잡아 버리는 초능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노르웨이 플롬스달렌(Flåmsdalen)계곡에는 ‘플롬스바나’라는 유명한 산악열차가 있다. 미국 여행 작가협회가 뽑은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세계 10대 열차 노선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산악열차는 플롬과 뮈르달 고원을 잇는 20km 구간을 달린다. 산악 열차가 계곡을 운행하는 까마득한 협곡에 있는 총 11개 역과 20여 개의 터널을 통과한다. 

건설 기간만 20년이 소요된 플롬 산악 열차 구간 전체 20km 길이 중 터널 길이만 6km에 달한다. 가파른 선로로 세계에서 손꼽히며 최대 표고 차는 863m이고 최대 경사는 55도에 이른다. 최고속도는 시속 40km, 운행 소요시간 약 50분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매거진은 이 루트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꼽았으며, 연간 5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플롬 산악철도를 이용한다.


플롬스달랜(Flåmsdalen) 계곡 상단의 미르달 고원지대에는 겨우 내내 내린 눈이 쌓인 만년설이 있다. 늦은 봄 부처 조금씩 녹기 시작하는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진 호수가 레이 눙가 호수(Reinungavatnet)이고, 이 호수에서 흐르는 물이 떨어져 효스(Kjosfossen) 폭포를 만든다. 폭포는 다시 계곡을 흘러 강을 만드는데 그 강이 플롬셀비(Flåmselvi) 강이다. 


플롬열차가 해발 670m위치에 있는 효스폭포(Kjosfossen)에 도착했다. 보통 폭포는 수직으로 물이 떨어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그러나 효스폭포는 다르다. 산 정상에서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급류형태의 폭포다. 물줄기가 2단 형태로 높이 93m, 폭포 길이 700m, 전체 표교 차 225m의 폭포다. 폭포 앞 전망대에서 5~10분 정도 머무르는 동안 여행객들은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잠시 여행객들이 효스폭포(Kjosfossen)를 구경하는 동안 전설에 나오는 요정 훌드라(Huldra)가 깜짝 등장하는 퍼포먼스(performance)를 보게 된다. 훌드라(Huldra)는 노르웨이 전통의상을 입은 요정차림으로 나와 폭포 오른쪽에 돌로 쌓아 만든 작은 무대에서 음악소리에 맞추어 여행객들을 위해 짧은 공연을 펼치고 사라진다. 

이 공연은 노르웨이 신화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요정 훌드라(Huldra)를 재현하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날 밤. 마을에 신비로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훌드라(Huldra) 요정이 나타나 마을에 사는 목동들을 유혹한다. 목동들은 기이한 음악에 홀려 훌드라(Huldra) 요정을 따라갔다. 그들은 모두 양으로 변하여 훌드라(Huldra) 요정과 함께 폭포 속으로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사나운 용트림을 하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폭포수가 무지개를 만들었다. 무지개 빛깔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빠른 급류를 만들며 급류를 만드는 폭포가 파업하지 않는 한 아름다운 무지개는 효스 폭포(Kjosfossen)와 동행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듯싶다. 훌드라(Huldra) 요정과 사랑에 빠져 사라진 목동들의 영혼이 신비롭게도 무지개로 다시 환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鳩尾狐)나 효스 폭포에 나오는 훌드라(Huldra) 요정이나 하나 같이 유혹의 표적은 남자들이다. 여우가 되었든 요정이 되었든 유혹의 요소는 하나다. 유혹(誘惑)의 의미는 마음을 현혹하여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끄는 행동이다. 세상사 남녀 간의 발생하는 유혹의 주체는 여성이고 대상은 남성이다. 이것이 운명이고 숙명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삶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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