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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2)

by 훈 작가 2023. 12. 26.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터닝포인트

  엄마는 딸이 의사가 되길 원했고 지영도 엄마가 바라는 대로 의대에 갈 생각이었다. 지영이 수의대로 진로를 바꾼 건 고3 때였다. 고등학교 학생부 봉사 시간 점수는 입시를 위해 따야 하는 점수인데 지영에게 큰 고민이었다. 가능하면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되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게 여의찮았다.
  지영은 엄마에게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알아봐 달라고 했다. 엄마는 딸의 말에 백방으로 알아봤다. 심지어 단골손님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와중에 시장 입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P 사장 친척인 ○○구청 식품위생과 공무원을 통해 서울 근교의 ○○유기 동물 보호센터를 소개받았다. 집에서 좀 멀고 교통이 불편하긴 했지만, 지영은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했다. 
  학생 신분이라 그런지 주로 애완견사 청소만 시켰고 큰 개들이 있는 견사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열심히 하면 시간을 더 한 것처럼 배려해 주기도 했다. 배경 있고 잘 나가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더 심했다. 심지어 봉사 안 하고 허위로 증명서를 받아 갔다. 
  그보다 놀란 건 따로 있었다. 죄 없이 죽어가는 개들이다. 버려진 개들이 주인을 만나지 못해 안락사로 내몰렸다. 소중한 생명들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사람 손에 죽어갔다. 이건 아니야.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한 번은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안락사 반대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와 시위를 벌였다. 온종일 시끄러웠다. 센터장은 상황을 윗선에 보고했고 실무책임자가 나왔다. 서로가 협의한 결과 한 달 내에 분양키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도 분양이 안 되면 동물보호단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20여 마리의 개들이 잠시 죽음을 모면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애로사항이 이뿐 아니라고 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열악한 견사 시설 확충을 줄곧 요구했고,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악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영은 엄마가 하는 보신탕집이 마음에 걸렸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약 올리는 게 싫어서 창피했었지만 앞으로 더 해서는 안 될 업종이라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우리 고유의 식문화라고 하지만 바뀔 때가 된 것 같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거듭 고민한 끝에 수의사가 되어 불쌍한 개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엄마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마음에 걸렸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엄마가 반대할 게 뻔했다. 
  엄마와 갈등을 피하고 싶었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망설임 끝에 담임선생님과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해 보고자 교무실을 찾았다. 
 모든 걸 솔직하게 담임선생님에게 털어놓았다. 선생님도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아! 듣고 보니 많이 고민한 것 같은데, 선생님도 네 생각에 손을 들어주고 싶어. 애견 카페는 지영이 어머니도 하실 수 있는 업종이긴 한데, 문제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그게 관건일 거야.”
 “의지요?”
 “개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저의 이모도 세 마리나 키우거든요. 선생님! 저는 그보다 나중에 제가 결혼하게 되면 엄마 혼자서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그게 더 걱정돼요.”
 “지영아! 그건 쉽게 생각해. 좋은 쪽으로….”
 “선생님! 무슨 뜻이죠?”
 “너 알다시피 선생님 부부 교사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서로 잘 알고 통하니까 싸울 일이 없어. 지영이 너도 그렇게 결혼하면 돼. 남편을 설득해서 엄마랑 같이 살면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야. 그럼, 엄마가 육아도 도와줄 거고, 서로 좋잖아. 안 그래?” 
 “부부 수의사?”
 “나쁠 게 없잖아.”
 “선생님!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하지영! 꿈은 이불속에서 꾸는 게 아니야.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 꾸는 꿈이 진짜 꿈이지.”
 “호호호 선생님 너무 멋진 표현인데요.”
 “꿈은 지영이 네가 만드는 거야. 감 떨어지길 나무 밑에서 기다릴 거니?”
 “하긴 그렇죠.” 
 “선생님 생각엔 엄마를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지난번 학교에 오셨을 때 뵈니까 만만치 않으신 분 같던데?”  ”네. 맞아요.” 
 “어쨌든 크게 신경 쓸 거 없어.”
 “신경 쓸 게 없다고요?”
 “세상에 모든 부모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선생님도 그랬으니까. 선생님도 부모님이 왜 그 성적 갖고 법대 가지 않고 사범대 가냐고 얼마나 야단맞은 줄 알아. 부모들은 다 똑같아. 문제는 네 마음이 제일 중요해.”
 “말은 쉬운데 막상 엄마랑 부딪히면….”
 “그래, 네가 엄마랑 부딪히기 싫은 건 이해할 수 있어. 그래서 날 찾아온 거잖아. 맞지?”
 “맞아요. 선생님!”
 “지영아! 어떻게 엄마 마음에만 쏙 들게 세상을 살 수 있겠니? 너는 너고, 엄마는 엄마야. 무슨 말이냐 하면 너는 너답게 살아야 해. 엄마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살면 지영이 넌 지영이가 아니야. 엄마와 부딪힌다고 생각하지 말고, 엄마를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엄마랑 부딪히는 상황을 겁내지 말라는 말씀이죠.”
 “선생님이 지영이라면 그렇게 할 것 같아. 하지만 선택은 지영이 네 몫이지. 선생님이 해 주고 싶은 얘기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라는 거야. 인생은 어차피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야. 모든 게 자신에게 달려있어. 안 그래?”
 “….”
 “지영아! 꿈을 향해 달리다 어떤 고비에 닥쳤을 때, 피하거나 포기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야.”
 “….”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어.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지. 꿈은 내가 다가가야 만날 수 있는 거야. 선생님이 해 줄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
  “알겠습니다. 선생님!”
  “지영아! 나중에 선생님이 고객으로 가면 모른 척하지 말기?”
  “반려견 키우세요?”
  “여기 한번 볼래?”
  선생님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더니 사진을 보여 준다.
  “어머, 너무 귀여워. 이거 몰티즈 맞죠?” 
  지영의 얼굴이 환해진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이 녀석들이 제일 먼저 뛰어와 반겨주지.”
  “저도 엄마랑 같이 애견 카페 하면서 동물병원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지영아! 그렇게 될 거야. 힘내.”
  “선생님! 저 이만 가 볼게요.”
  “그래.”
   지영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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