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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5)

by 훈 작가 2023. 12. 29.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MZ세대

  엄마는 꽉 막힌 사람이다. 항상 자신의 처지에서만 말한다.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꼰대다. 이야기하다 보면 하나 같이 잔소리로 들린다. 말끝마다 ‘요즘 애들’ 하며 말하면 모든 게 부정적이다. 수의사가 된 딸이 나이 스물여덟이나 되는데 아직도 철부지로 보는 것 같아 언짢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Hot Dog만 해도 그렇다. 딸이 키우고 싶다는데 왜 안 된다고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지영도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 엄마는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핑계 같다. Hot Dog는 돈 주고 산 것도 아니다. 분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당하는 처지인데 불쌍하지 않은가. 
  강아지 키우는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빚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왜 싸늘한 것일까. 엄마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평소 자잘한 잔소리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Hot Dog 문제만은 엄마가 원하는 대로 따를 수 없다. 
  어쨌든 따로 나와 사니 좋긴 하다. 우선 잔소리가 없다. 처음에는 엄마가 걱정돼 퇴근하면 꼭 전화했다. 왜 강아지가 싫으냐고 물으면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외로워 못 견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밖이다.
  지영은 출‧퇴근길에 Hot Dog를 데리고 다녔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 때는 애견 카페를 이용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모 집에 맡겼다. 
  지영은 같은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면 외모나 겉치레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명품 핸드백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 애들이 머리가 텅 빈 속물근성이라 비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언젠가부터 자신도 모르게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 런까지 나서는 자기 행동을 보고 쓴웃음이 나왔다.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결혼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취직이 어렵고 정년도 보장되지 않다 보니 젊었을 때 많이 벌어 노후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친구들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주식투자와 부동산에 관한 관심도 높고 이에 관한 얘기도 많이 나눈다. 서로 얘기하다 보면 내 집 마련의 꿈은 먼 나라 얘기라는 결론에 이른다. 
  직장을 잡은 친구들이 제일 먼저 사들인 것은 대부분 승용차였다. 지영도 그랬다. 엄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언제 운전면허를 땄느냐고 물었다. 지영은 요즘 또래 친구치고 운전면허 없는 친구는 하나도 없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집이 먼저이지 차가 뭐가 급하냐며 말끝을 흐렸다. 한마디로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이다. 
  지영이 집을 나와 따로 살기 전까지 엄마는 사귀는 남자가 있는지 신경 쓰는 눈치였다. 없는 척하면 은근히 선 한번 볼 생각 없느냐며 마음을 떠보기까지 했다. 지영은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닌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사실 지영은 얼마 전부터 선배와 주말마다 달콤한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몇몇 친구들은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남자와 사귀는 애들도 있다. 직장에 다니다 보면 시간도 없고 설령 만난다 해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서로 조건이 맞는지 먼저 알아보고 난 다음 이성을 사귀는 게 헤어질 확률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소개팅 앱을 통해 남자를 만난다는 얘기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는 세대 차이를 만들고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이 때문이다. 가끔 ‘나 때는 말이야.’ 하는 말을 할 때면 속으로 “엄마! 어쩌라고.”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말을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효도라 지영은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녀지간에 살갑게 지내기 어렵다.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서로가 선호하는 채널도 달라 부딪히기 일쑤여서 엄마랑 대화 나눌만한 주제가 없다. 그런 와중에 Hot Dog 문제로 사달이 벌어졌다. 언제까지 냉랭하게 지내야만 하는 걸까. 따로 나와 좋기는 한데 마음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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