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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7)

by 훈 작가 2023. 12. 31.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토요일 저녁. 지영은 이모한테 Hot Dog를 맡겨 놓고 엄마 아파트로 갔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니 엄마가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홈 쇼핑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엄마! 나왔어.”
 “강아지는 잘 있니?”
 “웬일이야, 강아지 안부를 물어보고.”
 “안부는 무슨 안부~.”
 “오다가 이모 집에 맡겼어.”
 “보아하니 나한테 할 얘기 있구나.”
 “엄마! 미아리 가서 돗자리 깔아도 되겠네.”
 “널 30년 가까이 키웠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속은 훤히 다 볼 수 있어.”
 “엄마! 커피 한잔할까?”
 “난 좀 전에 마셨어. 너나 마셔.”
  지영이 주방으로 가 원두커피 한 잔을 내렸다. 엄마는 여전히 홈 쇼핑 채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화면에 영국산 명품 커피잔 세트라며 쇼 호스트가 설명하고 있다. 지영이 내린 커피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엄마! 내 꿈이 뭔지 알지?” 
 “그렇게 의대 가라 했더니만 고작 애견 카페와 동물병원이야. 난 너한테 실망한 지 오래됐어.”
 “엄마! 수의사도 의사야.” 
 “수의사? 어떻게 의사와 수의사가 같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됐고. 엄마! 보신탕 지겹지도 않아. 인제 그만둘 때도 됐잖아. 그리고 보신탕집 사장님보다 애견 카페 사장님이 훨씬 더 품위 있고 좋잖아. 또 내가 동물병원이라면서 옆에서 도와줄 거니까. 어려운 것도 없고, 안 그래?”
 “그럼, 넌 의사보다 수의사가 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엄마!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결정해.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어.”
 “너 엄마 말대로 의대 간다고 하다가 고3 때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니?”
 “다 지난 일이야. 그거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그만해. 입시 앞두고 시도 때도 없이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
 “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라고 했어. 그거 진심 아니었어?”
 “너 엄마 앞에서 청문회라도 하듯이 따지겠다는 거니?”
 “청문회는 무슨 청문회야?” 
 “네가 자꾸 엄마를 이기고 있잖아.”
 “엄마! 그게 아니야. 애당초 애견 카페는 엄마 생각해서 하려는 거야. 나중에 나 시집가면 엄마 혼자 외로울 것 같으니까, 내 옆에서 애견 카페를 하면 엄마도 좋고 나도 좋고. 그간 수없이 말했잖아.”
 “….” 
 TV를 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애견 카페에 나를 끄집어들이지 마. 그냥 너나 시집가서 잘 살면 돼. 속 썩이지 않는 남자나 만나. 네 마음대로 하고 살아.” 
 “엄마! 나 결혼해서 멀리 가 사는 게 좋아? 아니잖아. 내 말대로 하면 엄마도 외롭지 않아서 좋고, 나도 엄마랑 같이 지낼 수 있으니까 좋고. 안 그래?”
 “너 남자 생겼니?”
 “언제는 내가 남자가 없었어.”
 “어쨌든 난 개라면 질색이야. 그보다는 차라리 커피전문점 낫겠다.”
 “그럼, 커피전문점 하면 되지 뭐. 그 옆에 애견 카페와 동물병원은 내가 하고.”
 “결론은 보신탕집을 때려치우라는 얘기구나.”
 “맞아.”
 “왜 그만두라고 하는 거니? 얘기나 들어보자.”
 “한 마디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업종이야.”
 “시대 흐름?”
  엄마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세상이 변했어. 사회적인 시선도 곱지 않고, 엄마도 고생할 만큼 했고 돈도 모을 만큼 모았잖아. 그러니까 이제 좀 멋지고 품격 있는 인생을 보내셨으면 해.”
 “지영아! 넌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애가 왜 그렇게 모르니?”
 “뭘?” 
 “자본주의 경제는 돈이 최고야. 엄마가 애견 카페나 커피숍을 한다고 치자. 그럼, 지금처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사업이란 프로가 되어야만 돈이 보여. 네 말대로 하려면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해. 이 나이에 언제 배워 지금처럼 돈 버니?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돈이 하늘에서 막 떨어지니? 다 때가 있어. 아직은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힘닿는 데까지 벌어야 해. 엄마는 절대 포기 못 해.”
 “그럼, 엄마는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할 생각이야?”
 “현재로선.”
 “헐! 우리 엄마 어떻게 하냐. 인생은 한 번이야. 엄마 나이면 좀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그렇게 사셔야 하는 거 아냐? 엄마! 나 결혼해서 멀리 시집이라도 가면 엄마 혼자 어떻게 지낼 거야? 말 좀 해 봐.”
 “너, 내일모레 결혼하니?”
 “마음만 먹으면.”
 “혹시, 보신탕집 하는 게 창피해서 그러니?”
 “없지 않아 있지. 보신탕집 딸보다는 애견 카페나 커피숍 집 딸이 낫잖아.”
 “보아하니 너 남자한테 완전히 빠져서 그러는 거구나.” 
 “아니, 빠진 건 내가 아니라 남자 쪽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하기 나름이니까.” 
 “혹시 같은 수의사니?”
 “맞아.”
 “보신탕집 하는 거 알아?”
 “아니. 몰라.”
 “네 마음 알겠다. 그런데 엄마는 엄마대로 가야 할 길이 있어. 지영이 네 인생이 있듯이 보신탕집은 엄마 팔자야. 사람은 팔자대로 사는 거야.”
 “엄마! 반려견 키우는 인구가 1,000만도 넘어.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개 식용문제를 반대하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져서. 언젠가는 못 하게 될 거라고. 그러기 전에 엄마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해.”
 “무슨 소리니? 보신탕은 고유의 식문화인데 어떻게 없어져. 민주주의 국가에서 먹고 안 먹고는 개인의 자유인 건 상식이잖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누가 무슨 수로 어떻게 막아. 금지한다고? 그건 기본권 침해인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엄마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현행법상 개는 식용을 목적으로 키우는 가축이 아니라 기르는 동물이야. 동물이라고.”
 “그러면 뭐가 문제라는 거니?”
 “해로워.”
 “해롭다고, 뭐가?”
 “OO대학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유통되는 개고기에서 다량의 항생제와 각종 유해 세균이 검출되었다고 나왔다고 학계에 보고된 지 오래되었어. 개 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우는 개들이 뭘 먹는 줄 알아. 온갖 오물이 섞인 음식물 쓰레기야. 그뿐이야. 동물 학대에다 배설물이나 동물 사체들이 마구 버려져 수질과 토양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시간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는 걸 알아야 해. 돈도 좋지만,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엄마도 알아야지.”
 “심각한 문제라고? 그건 잘 모르겠고. 엄마는 여태껏 보신탕집 하면서 개고기 먹고 식중독 걸렸다는 사람 단 사람도 못 봤다. 그리고 문제가 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식용을 허용하면 그만이지, 왜 그걸 동물 보호다 뭐다 해서 난리 치는 거야.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야.”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국제적인 기준도 있고, 국민 정서나 시장경제 논리상 개 식용 허용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시간이 갈수록 시민단체나 동물보호단체의 정치적 압력도 거세지고 있어. 분명한 것은 법으로 개 식용문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 그걸 엄마가 알아야 해.”
 “네 말대로라면 무조건 빨리 접으라는 얘기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엄마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걸 엄마는 아예 알려고 하지 않는 거야. 난 그게 답답해.”
 “지영아! 넌 엄마보다 강아지가 더 좋니?” 
 “엄마! 왜 이래. 나 엄마 개 싫어하는 거 다 알아. 아빠가 죽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잖아. 아버지 하고 이혼하고 우울증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며.” 
 “….”
  엄마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이모한테 다 들었어.”
 “….”
  아무 말도 못 하고 엄마는 지영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엄마! 병원 가서 치료해, 그러면 되잖아. 통장에 그 많은 돈 다 어디다 쓰려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영이 참았던 말을 토해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
  엄마는 애써 참으며 입을 열었다.
 “치료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래. 이젠 자식 말을 들을 때가 됐잖아.”
  지영이 엄마 손을 붙잡으며 사정하듯 말했다.
 “지영아! 할 말 다 했으면 그만 돌아가. 엄마는 더 이상 할 말 없어.”
  엄마가 잠시 지영의 눈을 쏘아보듯 했다.
 “….”
  언짢은 표정으로 지영을 보다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왠지 힘없이 보인다. 지영이 잠시 허공을 보다가 이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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