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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8)

by 훈 작가 2024. 1. 1.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속마음
  
  딸의 속셈을 알 것 같다. 자존심 때문에 창피해서 그러는 거다. 이해되는 측면은 있지만 딸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서운했다. 보신탕집을 그만두라는 딸의 말이 엄마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인 것 같다. 
  딸은 뭔가 서두르는 것은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이렇게 집요하게 설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딸이 남자한테 푹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마음속에 결혼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 서른도 안 되었는데 뭘 그렇게 서두를까.
  딸이 시집가면 혼자다.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진다. 언젠가는 보내야 하는데 딸이다. 따지고 보면 연애도 못 해 시집가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보다 낫다. 그리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은 편다.
  혹시 딸이 여동생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휴대폰을 들었다.     
 “순영이니?”
 “언니! 왜?”
 “혹시 지영이가 무슨 말 안 하던?”
 “눈치를 보아하니 곧 결혼할 생각인 것 같던데.”
 “그래?”
 “길게 얘기는 안 했는데 남자한테 빠진 건 확실한 것 같아.”
 “너도 그렇게 느꼈어?”
 “언니! 촉이라는 게 있잖아.”
 “그래서 언니 옛날얘기를 해 줬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지영이가 시집가면 아무래도 언니한테 신경 덜 쓸 것 같아서 말이야. 지영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잖아.”
 “어, 그랬어.”
 “네가 보기에도 지영이가 좀 뭔가 서두르는 것 같지 않던?”
 “그래 보였어. 그런데 뭔가 마음에 많이 걸리는 게 있나 봐.”
 “뭐가?”
 “뭐긴 뭐야, 엊그제인가, 언니 개 물렸던 일 하고 우울증 치료받았던 거 얘기해 주었지. 그랬더니 얼굴색이 확 변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언니가 많이 걱정되나 봐.”
 “그래. 그나저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뭘?”
 “지영이가 보신탕집을 그만하던지, 아니면 다른 업종으로 바꾸라는 거야.”
 “그 얘기는 전부터 나한테도 했었어. 언니 좀 설득해 달라고.”
 “그래서?”
 “뭘, 그래서야. 난 네 엄마 고집 꺾을 자신 없다고 했지.”
 “그나저나 어떡하면 좋을지 나도 답답하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볼 땐 언니도 지영이 못 이겨. 누가 낳은 딸이야, 잘 알면서 그래,”
 “하긴 그렇다.”
 “언니! 내 생각엔 언니가 져주는 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딸이 하자고 하는 애견 카페 하면 되잖아. 꼰대처럼 그러지 말고, 언니가 생각을 바꿔. 지영이 입장에서 보면 보신탕집 딸로 결혼하고 싶겠어?”
 “이그, 너도 어째 생각이 그러냐?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도 몰라!”
 “언니! 그건 말뿐이지. 왜 직업에 귀천이 없어. 난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해. 아마 그런 사람이 더 많을걸.”
 “그래, 알았다. 이러다 싸우겠다.”
 “언니! 애 아빠 왔나 봐. 끊을게.”
 “그래, 직업에 귀천이 있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휴대폰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자기 일이 단 한 번 천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엄마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갑니다.’ 하고 갈 때마다 오히려 보람을 느끼며 보신탕집을 해왔다. 
  전화를 끊고 나니 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분명해졌다. 딸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보신탕집 문제를 놓고 계속 설득하러 올 것이다. 그때마다 딸과 불필요한 언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딸은 단단히 마음먹고 왔다. 조곤조곤 말하는 걸 보면 대학을 그냥 다니지는 않았다. 사실 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30년 넘게 해 온 업을 어떻게 그만둔다는 말인가. 그러나 딸의 말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
  개 식용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은 예전에도 있었다. 오랜 세월 내려온 고유의 음식문화가 하루아침에 없어질 리는 만무하다. 그보다 딸은 엄마가 보신탕집 하는 걸을 창피하게 여긴다. 겉으론 드러내진 않지만, 딸의 자존심과 관련 있다.
  엄마는 안다.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열등감이 있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세뇌 교육하듯 했지만, 친구들이 약 올리고 따돌림당하는 것 같아 엄마도 매우 속상했다. 다행히 딸이 잘 견뎌내고 자라 준 게 너무나 대견하고 고맙기 짝이 없다. 
  그런데 딸이 여태껏 멍에를 벗지 못한 모양이다. 성인이 되었으니 벗어날 만도 한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당당하지 못할 게 뭐가 있냐? 말해 주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엄마의 마음이다. 
  딸이 사랑에 푹 빠졌다는 여동생 말이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려고 올 게 뻔하다. 딸과 계속 부딪쳐야 할지 아니면 이참에 정리해야 할지 고민된다. 
  정리한다면 딸에게 의지하며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위 눈치 보며 같이 사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 노후에 필요한 돈은 다 모았다. 딸의 혼수도 원하는 대로 해주면 그만이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이 몸 하나만 챙기는 건 문제없다.
  옛날과 달리 젊은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가. 계산도 빠르고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애들이다. 딸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내가 낳고 키운 딸자식이라도 무조건 효녀 심청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마음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자신이란 키울 때뿐이다. 다 도둑이나 다름없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 아닌가. 어떤 사위가 장모 될 사람하고 같이 살고 싶어 할까. 없을 것이다. 시위될 놈이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딸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엄마를 위하여 같이 애견 카페를 하고 싶다고. 말 같지 않은 소리다. 
  게다가 손주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겠는가. 딸이 돌봐 달라면 거절할 수도 없다. 이 나이에 육아를 어떻게 감당하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육아 독박을 피하지 못할 게 너무 뻔하다. 그게 딸의 의도라면 애견 카페는 처음부터 미끼나 다름없다.
  혹시 시위될 놈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딸을 보고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사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워낙 계산에 밝다고 하니까 그런 의심마저 든다. 
  딸을 믿어야 하는데 자꾸만 상상의 날개가 쓸데없는 소설을 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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