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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9)

by 훈 작가 2024. 1. 2.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잠 못 이루는 밤

 

  예상했던 대로다. 엄마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시간도 없다. 이제는 초조하기까지 하다. 지영이 오피스텔로 돌아와 강아지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Hot Dog가 멀뚱멀뚱 지영을 쳐다본다. 볼수록 귀엽기만 Hot Dog인데 엄마가 트라우마 때문에 싫어한다. 생각하니 난감하다.

  그나저나 엄마가 이혼 후 우울증을 앓았다는 건 충격이다. 오랫동안 엄마의 강한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믿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엄마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강한 척했는지 모른다. 살기 위해서 모든 걸 아닌 척하며 살아와서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할수록 엄마가 애틋하다는 생각이 든다.

   “. Hot Dog! 어떡하니. 네 이름 언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Happy라고 불러 주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걱정.”

  녀석이 입을 벌린 채 혀를 내밀고 앞발을 올려 지영의 무릎을 잡고 꼬리를 흔든다. ‘그래, 언젠가는 엄마가 널 좋아할 날이 올 거야.’ 지영이 Hot Dog를 두 손으로 안아 무릎에 올려놓고 쓰다듬어 주었다.

  지영은 끝까지 엄마를 설득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 포기해야 하나. 그건 답이 아니야.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다만 찾지 못하고 있는 거다. 어떤 상황이든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마음이 약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맞아. 엄마는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어. 엄마 인생의 전부였지. 보신탕집은 우리 가족의 생존을 위한 터전이었고 행복하게 해 주던 마중물이 되어 준 건 분명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하지만 여기까지야. 여기서 멈추어야 해. 멈추지 않으면 멈추게 만들어야 해. 만약 설득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다른 방법? 뭐가 있을까. 그렇다고 이 문제를 남자친구와 상의할 수도 없고, 이모에게 부탁해 봤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고. 이래저래 머리만 아프다. 어쨌든 엄마도 세상 물정을 모를 리가 없다. 아마도 변하고 싶지 않겠지. 여태껏 해 온 보신탕집을 하루아침에 접는 게 쉽지는 않겠지.‘

지영은 엄마도 이제 찌든 일상을 벗어나 삶의 여유와 행복을 즐겨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영이 꿈꾸던 애견 카페나 동물병원이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 이후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더 명확해진 것이다. 이대로 절대 물러서면 절대 안 된다.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3월 수의학회에서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대학 선배를 만나 사귀고 있다. 그는 김천에 있는 수의과학검역원에 근무한다. 두 사람은 서울과 김천을 오가며 5개월째 사랑을 키워왔다. 오빠는 내년쯤 퇴직해 동물병원 개업하려고 장소를 물색 중이다.

  지영은 한 달 전 청혼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선배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막상 프러포즈를 받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선뜻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엄마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엄마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선배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때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한 말이 떠올랐다. ‘부부 수의사. 맞아, 오빠에게 나의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고 받아준다면 결혼하겠다고 설득하는 게 좋겠어.’ 지영은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그 방법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영은 동물병원을 개원에 필요한 건물 임대 문제는 자신이 책임지고 내부 인테리어와 동물병원 의료시설은 오빠가 부담하여 공동 운영하자고 말했다. 여기에 애견 카페는 별도로 자신이 100% 비용을 투자해 엄마의 명의로 운영하는데 이의가 없으면 청혼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오빠도 이에 동의했다. 합의 이후 두 사람의 로맨틱한 사랑은 더 뜨겁게 급진전했다. 객지 생활에 지친 선배는 결혼을 바짝 서둘렀다. 초복이 있던 주말 데이트를 할 때 오빠는 10월쯤 상견례 날짜를 잡는 게 어떠냐고 얘기를 꺼냈다. 지영은 아차 싶었다. 자존심 때문에 엄마가 보신탕집 하는 걸 숨긴 게 마음에 걸렸다.

  지영은 엄마랑 상의해 보겠다고만 대답했다. 양가 어른이 만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집안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 보신탕집 딸. 시부모 될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대 놓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왠지 못마땅하게 여길 것만 같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지영은 자신이 가끔 헛구역질하는 걸 엄마가 의심할지 봐 초조했다. 주말마다 만나는 오빠는 내 표정을 보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지영은 자기 모습이 작아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다. 요즘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켜자, Hot dog가 일어나 지영을 쳐다본다.

. Hot dog! 나 어떡하면 좋니? 뭔가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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