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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11)

by 훈 작가 2024. 1. 4.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시위

“사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 좀 보세요.”
  다소 서툰 우리말로 연변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을 떨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엄마는 카운터 쪽으로 가 창밖을 보았다.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피켓이었다. <개고기 NO!> <개 식용 반대.> <개는 반려동물입니다.> <보신탕 먹는 야만인이 되지 맙시다.> 등의 글귀와 함께 개 사진이 보였다. 20명 정도의 사람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그들이 길 건너편에서 “개 식용.” “반대.” 구호를 반복하며 외치고 있었다. 
  엄마가 앞치마를 풀어 카운터에 던져 놓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2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건넜다.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야.”
  큰소리치며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하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엄마가 피켓을 빼앗으려 하자 남자는 피켓을 더 높이 쳐들었다.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남녀회원 2명이 동시에 엄마에 달려들어 뜯어말렸다.
“아니, 우리 가게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남의 영업을 방해하는 거야. 당신들 뭐야.”
  화가 날 대로 난 엄마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시위대를 향해 삿대질을 해가며 언성을 높였다. 시위대는 계속 구호를 외쳤고 엄마는 시위에 참석한 남자들한테 손을 붙잡힌 채 꼼짝 못 했다. 엄마가 더 화가 난 이유는 오늘이 말복이기 때문이다. 메뚜기도 한철인데 엄마로서는 아닌 밤중에 웬 날벼락인가 생각하고도 남는다. 
  어느 틈엔가 카메라를 둘러맨 방송기자와 언론사 기자들까지 나타났다.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보였다. 
 “개는 식용과 애완용 구분 없이 사람과 정서를 교감하는 반려동물입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트렌드와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이제 개회식용 금지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개 식용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관계 법령을 마련하든가 법령을 정비해서 개 식용 금지를 막아야 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위대는 계속해서 ‘개 식용 반대.’ 소리를 크게 외치고 있었다. 엄마 혼자 시위 상황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가게 앞 도로 건너 맞은편에서 시위를 한 건 다행이었다. 바로 식당 앞이었다면 말복 장사는 완전히 망쳤을 것이다. 엄마는 시위대가 일말의 양심은 있다고 생각했다.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조금 전 인터뷰를 하던 기자와 엄마에게 다가왔다. 그가 ‘사장님!’ 하면서 하실 말씀 없냐고 물었고, 혹시 항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인터뷰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억울한 마음에 인터뷰에 응했다. 방송기자가 마이크를 갖다 대고 바로 앞에서 카메라를 어깨에 걸친 기자가 마이크를 든 기자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저는 보신탕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리 동물보호가 중요하다고 이렇게 남의 가게 앞에서 영업을 방해하는 시위가 정당한지 모르겠네요.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 가게는 유기견이 아닌 개 농장에서 키운 개만 쓰거든요. 나약한 아낙네가 혼자 먹고살겠다고 나라에서 내라는 세금 다 내고 장사하는데 도와주지 못할망정 이렇게 해도 되나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려워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네요. 이걸 때려치우면 어떻게 먹고살란 말인가요. 나라에서 책임지고 먹여 살린 건가요.”
  엄마는 억울한 심경을 토해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엄마가 시위대 쪽으로 걸어갔다. 엄마는 조금 전에 인터뷰한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 묻고 싶은 말 있는데 대답 좀 해 보세요. 사람이 먼저요, 아니면 개가 먼저요. 말 좀 해 보세요. 보아하니 여기 오신 분들 먹고살 만한 모양인데, 이러는 거 아닙니다. 영세한 서민들 먹고사는데, 생존이 걸린 문제인 거 아세요. 정말 왜들 이러세요.”
  엄마는 시위하는 사람들을 향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흥분한 엄마를 향해 시위대 중 한 사람이 나서려고 하자 옆에 있던 젊은 남자가 이를 막았다. 동물보호단체 간사였다. 그가 시위에 참석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여기는 이 정도하고 구청으로 가서 기자회견을 한 다음 청장을 만나 동물 보호정책에 반하는 보신탕집 영업을 단속해 달라는 성명서를 전달하고 마무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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