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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중편소설

Hot Dog(4)

by 훈 작가 2023. 12. 28.
본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았음

Hot Dog

 “지영아!”
  엄마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엄마의 성격은 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영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엄마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이다.
 “왜? 엄마!”
  지영은 엄마 얼굴을 살피며 대답했다. 
 “웬 강아지야?”
 “어, 내가 키우려고.”
 “엄마 허락도 없이 네 맘대로.”
 “아니,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데 허락받아야 해.” 
 “그래도 그렇지, 사전에 엄마와 상의해야지.”
 “엄마!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걸 상의해?”
  지영은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지영아! 이게 네 집이니? 엄마 집이지.”
 “엄마! 지금 내 집 네 집 따지는 거야?”
  “얘기하기 싫으니까, 그 강아지 갖다줘.”
  “난 못해.”
  “….”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엄마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영을 쳐다보았다. 엄마와 다투는 걸 아는지 녀석이 쪼르르 지영 방으로 도망가듯 들어가더니 머리를 내밀고 두 사람을 쳐다본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화 한번 내지 않던 엄마가 왜 이러는지 지영은 의아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지영은 당황했다. 다음 날부터 엄마가 강아지를 어떻게 할까 봐 날마다 데리고 출‧퇴근했다. 한동안 모녀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 속에 지내야 했다. 며칠 뒤 지영은 이건 아니다 싶어 엄마가 왜 그러는지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엄마! 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얘기 좀 해 봐.”
  지영이 엄마를 붙잡고 다짜고짜 따지듯 물었다.
 “개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기나 하니?”
  엄마가 소파에 앉으며 대답하자 지영도 같이 앉았다. 
 “….”
  지영은 엄마 표정을 읽고 가만히 있었다.
 “사료 사야지, 배변 패드 갈아줘야지, 구충제나 심장사상충 약 먹여야지, 거기에다 애견숍(kennel), 방석, 목줄이나 마구(harness), 식기, 리드 줄, 배변 봉투, 강아지 비누, 장난감, 발톱 깎기, 인식표, 칫솔, 치약 등등 만만치 않아 이것아.”
 “엄마! 어떻게 잘 알아. 개 기워 본 거 아냐?
 “너 어렸을 때 강아지 키우는 거 때문에 네 아버지랑 얼마나 싸웠는지 알아. 온갖 뒤치다꺼리는 다 내가 했어. 부부싸움 하기 싫어서.” 
 “그럼,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니까 안 된다는 거야?”
 “그뿐이니? 털 날리고 배변 치우고 산책은 누가 시켜? 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미용비용은 어떤데?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도 만만치 않고. 게다가 중성화 수술도 시켜야 하잖아. 한 마디로 돈 덩어리야. 돈 덩어리~. 뼈 빠지게 돈 벌어서 그렇게 돈 쓸데가 없어서 강아지한테 돈을 써.”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에 지영은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개를 키워보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엄마! 돈 걱정은 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하면 되잖아. 그건 그렇고, 좋은 점은 없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는 없어.”
  냉정하게 엄마는 잘라 말했다. 
 “딸인 내가 키우겠다는데도….”
  엄마가 지영을 빤히 쏘아 본다. 눈빛을 보니 뭔가 단단히 마음먹은 표정이다.
 “너, 정말 키울 거니?”
 “응. 키울 거야.”
 “정말 키울 거면 따로 원룸을 얻든지 오피스텔을 얻든지 나가 살아.”
 “엄마! 그 말 진심이야.”
 “더 이상 너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평소에도 한 고집하는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영은 엄마 성격을 잘 알기에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설득한다 해도 통하지 않을 엄마다. 
 “알았어. 내가 나가 살면 되지. 대신 보증금은 줄 거지?”
 “….”
 “얘기해. 안 해 주면 대출받아야 하니까.”
  엄마는 금방 얼굴색이 변했다. 딸이 정말 나가 살 모양이다. 엄마는 생각보다 딸이 강하게 나오는 것 같아 살짝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지영아! 정말 나가 살 거니?”
 “그럼 어떡해, 방법이 없잖아. 내가 나가 사는 수밖에.”
  엄마는 답답한 마음으로 지영을 본다. 속에 있는 말을 꺼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자칫 말이 길어지다 보면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딸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아 일단 보증금을 준다고 말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강아지 문제로 갑자기 딸과 따로 살아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영은 동물병원에서 가까운 곳에 12평짜리 오피스텔을 얻었다. 집을 나와 첫날 밤이었다. 이삿짐을 정리하고 강아지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강아지에게 눈길이 갔다.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Happy! 이리 와봐.”
  녀석이 쪼르르 달려왔다. 
 “Happy! 어쩌다 네가 엄마와 나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됐냐?”
 “멍! 멍!”
 “아니, 뜨거운 감자가 아니라 뜨거운 강아지인가!” 
  지영이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Hot Dog’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맞아, 넌 이제부터 ‘Hot Dog’야, Happy가 아니라 Hot Dog.” 
이름을 ‘Hot Dog’로 불러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웃음이 절로 나왔다. 
 “Happy야! ‘Hot Dog’라고, 부른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나중에 엄마랑 같이 살게 되면 다시 ‘Happy’라고 불러 줄게. 알았지?”
 “멍멍.” 
  지영은 웃으며 강아지를 안았다.
 “야, Hot Dog! 호호호~. Hot Dog라고 널 부르면 자꾸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재미있는 이름이네. 언제든지 웃고 싶으면 널 불러야지.”
  Happy가 눈망울을 깜박이며 지영을 쳐다본다. 
 “야, Hot Dog! 호호호~”
  그날부터 ‘Happy’는 ‘Hot Dog’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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