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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터키

피에롯티 언덕

by 훈 작가 2023. 3. 14.

슬픔이 묻어난다. 이 언덕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롯티’의 국경을 초월한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곳이라 하니 그렇다.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하는 25세의 해군 중위 ‘피에롯티’는 골드 혼을 보기 위해 자주 이곳에 올라 산책하던 중 21세 미망인이었던 터키 여인 "하라"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져 “하라”와 결혼을 결심한다. 그 후 프랑스로 돌아가 가족을 설득하고 유산을 정리한 후 이스탄불에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하라”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행방이 묘연했다.
 
결국 ‘피에롯티’는 터키정보부에 ‘하라’의 소재 파악을 부탁한다. 그리고 며칠 후 비통한 소식을 접한다. 외국인과 만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버리고 친정아버지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오빠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지시하였다. (이를 터키에서는 명예 살인이라 함) ‘하라’의 죽음을 알게 된 ‘피에롯티’는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에 빠져 슬픈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와 만났던 언덕에 집을 짓고 시와 소설을 쓰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다가 75세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지금도 이곳의 카페 옆에 그가 남긴 시가 새겨져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언덕에 올라 그대를 보네.
저 골드 혼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는 한 
사랑하는 하라여!
그대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아 있네.
 
(피에롯티 1850~1925)

현재 이곳은 홍차, 커피, 빵을 파는 노천카페로 만들어져 많은 터가 젊은 연인들이 찾아 사랑을 고백하고 맹세하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골드 혼과 이스탄불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피에롯티'가 실연의 아픔을 달래며 이스탄불의 풍경을 보았을 것이다. 사랑이 뭔지?  그는 사랑의 아픔을 시와 소설을 통해 잊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문학 속의 사랑은 늘 아픔과 고통이 숨어 있다. 왜 우리는 슬픈 사랑이야기에 감동을 받는 것일까. 

사랑에 얽힌 이야기는 아름다운 내용이 많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더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일까?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한다면, 자신을 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대입해 보라. 어쩌면 그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사랑이 실연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아름다울 수 없는 게 현실이거늘....

사랑이란 말은 일반화해서 쉽게 말하지만, 남녀 간의 벌어지는 애정은 결코 일반화해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피에롯티의 사랑도 평범하게 완성되었다면 전해지지도 않을 게 분명하다. 언덕 이름을 피에롯티로 붙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김치 없이 먹는 라면 맛처럼 싱겁고 맛이 없다.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소설 같은 사랑을 꿈꾸지 말라.  쓰디 쓴 사랑은 자칫 상처가 낫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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