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내 마음 같지 않네.

by 훈 작가 2023. 10. 27.

올가을 들어 제일 춥다는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았습니다.  하지만, 별 사진 찍기에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새벽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유리처럼 깨끗했습니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오리온자리도 눈에 띄었습니다. 도심 외곽에서 이렇게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입니다. 그 설렘을 담아,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잠을 설치며 나왔는데 그게 내 마음 같지 않습니다.
 
차가운 날씨에 손은 시리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에 안개까지 어둠 속에 밀려옵니다. 캄캄한 새벽하늘, 20일 만에 다시 별을 만나러 지난번 왔던 곳에 왔습니다. 벌써 몇 번을 시도했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렌즈 방향을 요리조리 돌려 다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은 자꾸만 가고, 마음에 드는 사진은 건지지도 못하고, 은근히 짜증만 나다 보니 답답합니다.

어느새 동이 트려는지 동쪽 하늘에 여명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어둠이 저만치 물러가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새벽안개가 추수를 앞둔 벼 이삭 위로 점점 더 짙게 밀려듭니다. 별들도 사라졌습니다. 한 시간 남짓 보낸 별과의 로맨스는 별 볼일 없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만에 많은 별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날씨였다면 더 속상했을 테니까요.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잘 되겠지, 생각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일이 많습니다. 컴퓨터로 새벽에 찍은 사진 파일을 보며 그렇게 내 마음을 달랬습니다. 모니터 속에 나타난 밤하늘의 별 사진을 봅니다. 화면을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래도 제법 별들이 보입니다. 녀석들이 내가 속상해하는 걸 보고 몰래 숨어 들어온 모양입니다. 생각해 보니  사진을 처음 배울 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속상해할 일이 아닌데,  삼각대를 접고 집에 돌아가려다 보니 헛수고했나 싶어 그랬나 봅니다. 사진이란 게 내 마음처럼 출사 때마다 멋진 사진을 찍기는 어렵습니다. 알면서도 항상 욕심을 부립니다. 내 마음에 드는 걸 한 컷이라도 담았으면 하는 욕심. 사실, 그런 욕심이 없으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진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어디 그게 사진뿐 이겠습니까. 다른 일도 그럴 겁니다. 이래서 배움에 끝이 없나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