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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행복하기(1)

by 훈 작가 2024. 3. 2.
이미지 : 처음 갖고 있었던 카메라 모델

혹시 노예가 제일 싫어 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언뜻 들으면 떠오르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합니다. 시키는 일만 해 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그들에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북전쟁이 끝난 후 상당수 노예가 자유를 얻었음에도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의 종착역에 도착하면 누구나 내려야 합니다. 일에 파묻혀 지내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순간입니다. 은퇴 생활의 첫걸음은 일로부터 해방입니다. 무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노예 생활과 다르지만 스스로 알아서 새로운 내 삶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유’를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자유를 주체하지 못해 어떡할지 몰라 헤매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유’라는 아주 맛있는 마시멜로를 앞에 놓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나 다름없습니다. 

제목 : 나 홀로 행복하기


몇 년 전, 정년퇴직 후 꿈같은 시간을 며칠 보냈습니다.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산에도 가도, 소주도 한 잔 기울이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그렇게 보낼 순 없었습니다. 친구들도 친구 나름의 사생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똑같은 것을 매끼마다 먹으면 입에 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이 무료(無聊)해졌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있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가 옆에 있더라도 나 혼자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인간으로 존재하는 그날까지 누군가와 똑같은 자유와 행복을 24시간 같이 즐길 수 없는 존재입니다. 결론은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거운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롱에서 잠자던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가족과 여행 갈 때만 자동으로 세팅해 찍던 카메라였습니다. 평생학습원에 다니며 1주일에 3시간씩 4개월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강사 선생님은 수능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강조했습니다. 실전을 통해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수강 이후, 나 홀로 사진 사냥을 다녔습니다. 찍고, 또 찍고 반복하다 보니 지금은 조금 맛을 아는 수준입니다. 

이미지 : 지금 갖고 있는 카메라 모델


시작할 땐 몰랐습니다. 지금은 취미가 되었고 행복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료했던 시간 때우기였을 겁니다. 어차피 있는 건 시간이었고, 딱히 이거다 하고 즐기고 있던 취미도 없었으니까요. 그런 과정에서 사진 전시회도 여러 번 가보았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사진을 보면 왜 나는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거지? 자꾸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그게 사진을 취미로 이끌었던 모양입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카메라가 나를 혼자서도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게 할 수 있게 해 준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취미가 된 게 아니라, 무한 자유를 감당하기 어려워 시간을 죽이러 다니다 보니 취미가 된듯합니다. 차라리 수능 문제였다면 좀 더 일찍 머리를 싸매고 배웠을 텐데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프로 사진작가로 입문하기엔 늦었기 때문입니다.

삶이란 수능 문제는 깨달음 속에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깨달음과 행복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 문항입니다. 남과 비교에서 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어쩌면 작은 모험이자, 내적 탐험일 겁니다. 왜냐하면 그 선택의 길이 한 번도 가본 영역이 아닌 미지의 세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결국 인생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게 우리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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