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겨울이 다 갔나 봅니다.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봄의 어원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보다’의 명사형인 ‘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원 산책길에 무심결에 보이는 초록의 풀이 돋는 게 보이고,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 싹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봄’은 그렇게 보입니다. 그래서 계절의 이름이 ‘봄’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봄을 알리는 꽃소식이 올라왔는지 평소보다 인터넷을 자주 드나듭니다. 검색창에 ‘홍매화’라고 치고 클릭해 보았습니다. 통도사에 홍매화(자장매)가 폈다고 합니다. 사진 밴드에 들어가 보니 벌써 꽃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탐매(探梅) 봄나들이에 나선 부지런한 사진 애호가들 덕분에 편하게 꽃 소식을 접합니다.
매화는 기품(氣稟)이 있는 꽃입니다. 차가운 밤 얼음이 얼어도 꽃과 색의 선명함을 유지합니다. 눈보라에 시달리면서도 곧은 마음을 고치지 않기에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선비의 정신을 품은 꽃이라 하여 사군자(四君子) 중 으뜸으로 꼽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시(詩)를 지어 꽃을 사랑했고,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왔습니다.

梅(매)는 木+人+母가 합해져 만들어진 것으로 어머니와 같은 나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매화만큼 사랑받는 나무도 흔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나무로써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려 봄소식을 전해 주고, 꽃이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까지 있습니다. 옛 선비뿐만 아니라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유가 궁금할 겁니다. 5만 원권 지폐 뒷면에 매화꽃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뜬금없는 소리로 들린다면 바로 5만 원권 지폐 한 장을 꺼내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평소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사실 5만 원권뿐만 아니라 천 원 권 지폐 앞면에도 매화꽃이 있습니다.
물론 돈 때문에 꽃을 좋아할 리 만무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나 옛 선비들의 정서로 보나 매화은 봄과 함께 우릴 설레게 하는 꽃입니다. 꽃이 보고 싶어 몇 해 전 찍어 저장한 사진 폴더를 열어 보았습니다. 현충사 경내 이순신 장군 고택 앞에서 찍은 홍매화와 청매화입니다. 빨리 만나 보고 싶습니다. 꽃이 피면 다시 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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