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의 미학1 지워야 아름다운 사진 겨울 속에 들어온 풍경은 어느 것 하나 화려함을 뽐내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멋있다고 자랑해 보려고 해도 우아하지 않습니다. 예쁘게 단장하고 외출해도 회색 구름 속에 갇힌 태양은 늘 우울한 표정입니다. 그가 그렸던 가을은 낙엽이 지면서 다 지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름답던 시간이 시나브로 스산한 풍경으로 바뀐 것입니다.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그림도 눈이 내리면 색이 지워집니다. 대신 바탕에 하얀 도화지만 도드라져 보입니다. 지워지지 않은 색은 검은색입니다. 그나마 동양화 같은 풍경이 자못 은은하게 우리의 마음을 힐링해 줍니다. 해마다 그랬듯이 겨울이 모질게 괴롭히고 풍경을 지워버려도 눈이 내리면 조금은 마음 포근해집니다. 세상은 일 년에 한 번은 지워야 다시 새로운 봄을 그립니다. 겨울은 태양도 붓.. 2023. 12.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