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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빛으로 시(詩)를 쓰다

by 훈 작가 2025. 11. 4.

시가 되어 내려오는 빛은 아름답다. 흩어지는 빛은 시인의 언어가 아니다. 한 올 한 올 사랑이 담긴 빛이 시인의 언어다. 시인은 그런 빛을 다듬어 원고지에 넣는다. 생동하는 언어가 빛이 될 때 시가 되어 문학에 둥지를 튼다. 문학은 세상의 모든 삶을 담아 한 줄기 빛이 되어 세상에 내려온다.
 
시(詩)는 한때 내 젊은 날의 낭만으로만 생각했고, 청춘은 낭만과 사랑만 먹고 존재하는 것처럼 여겼다. 그래서 누구나 시인인 것처럼 떠들어 댔다. 누구든 시를 사랑하고 노래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마치 청춘의 전유물처럼. 그리고 인생과 꿈을 이야기하며, 한 잔 술에 삶의 고뇌를 담아 시(詩)를 마시곤 했다.
 
그 시절 시(詩)는 내 청춘의 친구였다. 시의 맛과 멋도 모르면서 내 심장을 뛰게 한 것이다. 철이 없었다. 그래서 인생은 꿈꾸는 자의 것이고, 누리는 자의 것이라고 여겼다. 늘 그런 줄 알고 현실에서 쫓기듯 빛과 시간을 소비했다. 어느 날 문득 깨어나 보니 내 삶이 연탄불 위 오징어처럼 오그라들었던 걸 알았을 땐 불혹의 나이였다.
 
정신없이 흘러간 세월이 모든 걸 블랙홀로 빨아들였다. 다 잃고 말았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 시는 내동댕이쳐 주인을 잃었다. 나는 한동안 시를 찾지 않았고 찾을 마음조차 없었다. 낙엽이 숨을 거두고 장례식을 치르던 날, 하늘엔 짙은 회색 구름만 가득했다. 한 줄기 빛이 그리웠다. 얼마 남지 않은 모래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 저만치 달려오던 늦가을, 밤하늘의 별이 보였다. 수많은 시인이 사랑했던 빛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시는 태어나기 전 삶의 고뇌 속에 긴긴밤을 보낸 후 뜬눈으로 밤새운다. 그러길 몇 날 며칠 초록 별들이 날마다 죽어 사라졌고, 사망선고를 받은 빛이 날마다 땅속에 묻혔다. 빛은 시를 위해 그렇게 기억 속에 지워졌다.
 
삶은 시다. 일상이란 하얀 종이에 어떤 시를 쓸 것인지, 우리는 아침 창가에 스며드는 빛과 대화를 해야 한다. 빛이 이어주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우린 날마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인생을 고뇌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일상이란 시간 위에 빛으로 시를 써야 한다. 빛으로 쓰는 시가 바로 당신의 인생이니까.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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