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립다. 뜨겁던 사랑이 아니다. 오래전 인연이 남긴 사랑이다. 문득 밀려드는 추억의 그림자, 이 가을이 저만치 멀어져 가기 때문에 그리워진다. 너마저 가버리면 사무치는 그리움이 더 할 것 같아 가슴이 저민다. 미련이 아니라 아련했던 사랑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홀연, 그리워지는 사랑. 나는 애써 쓰던 글을 멈추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때 왜 그랬을까. 이별을 잡지 못한 알량한 자존심이 뭐라고. 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진심을 감추고, 사랑 앞에 너무 소심한 나머지 초라했던 청춘의 봄날이 후회스럽다.
철이 없었던 까닭일까, 아름답지 못했다. 스스로 사랑 앞에 굴종한 나의 행동이. 아무것도 모르고 나는 드라마 같은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떠나간 추억의 향기가 은은하게 가을 햇살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솔직하지 못한 사랑은 그래서 비극이다.

하긴 사랑이 희극이라면 이 가을이 그리워질 리 없다. 사랑이 아름다울 땐 문학이지만 날 아프게 한 사랑은 문학이 아니다. 문학을 사랑하지만, 사랑이 현실일때는 비련의 주인공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베르테르의 죽음을 슬퍼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었다.
그립다는 것은 시간을 되돌려 돌아보게 하는 거다. 처음엔 어느 시점인지 모른다. 그러다 문득 멈춘다. 아스라이 떠오르는 추억의 한 조각, 잊힌 사랑이 낙엽처럼 이 가을에 휘날린다. 사랑 앞에 왜 당당하지 못했을까. 용기 내지 못했던, 두근거리던 심장만 움켜주었던 난 바보였다.
진한 커피 향이 추억을 불러왔다. 그 향속에 묻은 사랑의 추억이 계절 속에 들어와 그리움이 창가에 스친다. 분위기 좋은 카페라면 더 운치 있을 텐데. 또 한 편의 사랑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엮어 보려니 그리움 이 나를 붙잡는다. 어쩔 수 없다. 이 가을을 담아 또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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