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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감성 한 잔

날마다 배달되는 아침

by 훈 작가 2026. 1. 25.

배달의 원조는 중국집 짜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손에 철가방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씽씽 거리를 누비는 그들이 바로 주인공이었을 겁니다. 하나 더 생각나는 것은 야쿠르트 배달 아줌마입니다. 예전에 거리를 다니다 보면 병아리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아줌마가 어깨에 가방을 메고 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역시 짜장면입니다. 짜장면 하면 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이 최고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기에서 지면 게임비와 짜장면값까지 함께 물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 규칙이었죠. 차례가 오면 짜장면 한 젓가락 흡입하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불어도 그 맛은 꿀맛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구장은 대개 건물 2~3층에 있었고, 실내는 뽀얀 담배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담배를 꼬나물고 다이에 한쪽 엉덩이를 걸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300 이하 맛세이 금지인 걸 알면서도 초크를 바르며 타들어 가는 담뱃불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불안한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던 때가 엊그제 일처럼 생각납니다.

 

세상 많이 바뀌었습니다. 배달하면 으레 짜장면이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거리를 누비는 라이더들 뭔지 모르지만, 배달의 기수들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대한민국은 배달의 천국입니다. 배달 안 되는 게 없을 겁니다. 짜장면의 뒤를 이은 게 치킨 집일 겁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는 메뉴죠.

대부분의 외식업종에서 만드는 음식은 배달이 됩니다. Take-out 문화도 대중화되어 어지간한 커피점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아 전문 배달업체와 제휴를 맺어 시도 때도 없이 주문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편리한 세상입니다. 무엇이든 주문만 하면 집에서 받을 수 있으니까요.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제를 잠깐 바꾸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주문하지 않아도 날마다 배달되는 게 있습니다. 아침입니다. 배달된 아침은 누구든 받게 되었습니다. 눈만 뜨면 되거든요. 하지만 사람마다 받는 장소는 틀립니다. 몸이 피곤해 귀찮은 사람은 침대 이불속에서 받을 수 있고, 부지런한 사람은 지하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이 별로 관심 없다는 사실입니다. 배달되는 아침,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든요. 맞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그럴 겁니다. 별다른 느낌이 없죠. 신경 쓰지도 않을 거고요. 아마 이런 이유로 기다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은퇴하기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냥 아침은 짜장면이나 치킨처럼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순 있지만, 아름다운 아침은 온다고 현관문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도 보내지 않습니다. 주문도 할 수 없죠. 때를 맞추어 특별한 장소에 가서 배달 오길 기다려야 합니다. 날마다 배달되는 아침이지만 그렇습니다. 아무리 배달 천국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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