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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술 한 잔의 행복

by 훈 작가 2026. 1. 27.

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 코리아

“여보~, 이제 제발 술값 좀 줄이자.”

“무슨 소리야. 당신 화장품값이나 줄여.”

“그거야 당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그러는 거지.”

그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이 한 마디 던진다.

“사실 이런 말 죽어도 안 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

“솔직히 당신 예쁘게 보려고 술 마시는 거야.”

“….”

 

(퍼온 글)

 

엊그제 금요일, 고등학교 동장 모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남을 이어온 지 수십 년이 지났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머리가 하얀 친구들이 하나둘 아니다.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린 시간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러다 다시 수다는 현실로 돌아온다. 나이 탓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주류(酒類)였던 친구들이 비주류(非酒類)에 합류한.

이미지 출처 : Daum

술을 좋아하는 나는 주류(酒類) 쪽에 앉았다. 술이 한 잔 들어가야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 편히 수다도 늘어놓는다. 술이란 게 그렇다. 기분 좋아도 한잔, 나빠도 한잔 기울인다. 특히 친구들과 술자리는 격의 없이 터놓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 편하고 좋다. 그래서 꼭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간다.

 

사회생활 할 땐 혼술도 가끔 했다. 여자한테 차여서 마실 때도 있었고, 승진에 누락되었을 때 마시기도 했다, 어떤 때는 비 올 때도 마셨다. 주말에 쓸쓸하고 외로울 때, 뭔가 일이 안 풀려 속상할 때, 그냥 마음이 울적할 때 난 어김없이 시장 골목 선술집을 찾곤 했다. 마음을 달래 줄 누군가가 옆에 없을 때마다 술이 친구였다.

 

대개 혼술은 맛이 없다. 독작(獨酌)은 속에 쌓인 걸 풀어놓지 못한다. 누군가 받아 줄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젊은 날, 나는 연애 하수여서 여친도 없어 쓸쓸한 객지 생활을 오래했다. 그렇다고 미주알고주알 내 사정을 집에 전화해 부모님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얘기하면 부모님 마음만 아프게 할 뿐이지 내게 도움이 될 리가 만무하니까.

이미지 출처 : 게테 이미지 뱅크

세월이 지나고 보니 술도 서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작(對酌)해야 맛이 나는 걸 느낀다. 주고받는 한 잔 술은 정()이 담겨 있을 때 맛이 나는 법이다. 오랜 친구들이니 추억을 안주 삼아 얘기를 많이 하지만, 요즘은 주로 건강에 대한 주제가 많다. 다만, 서로 간에 금기 사항은 자식, , 정치 얘기다.

 

술이 좋다, 또는 나쁘다고 단정 짓는 건 의미 없는 논쟁이다. 어떻게 즐기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 독작(獨酌) 이든 대작(對酌)이든 상관없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마시고, 때론 과하지 않게 절제하면 그만이다. 분명한 사실은 술은 죄가 없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술 예찬론자다. 적당히 술에 취하는 것은 나름의 작은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엔 적당히란 통제선을 넘어 고통을 자초한 적도 있다. 이후 철이 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취하는 걸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앞에 퍼온 글처럼 무뚝뚝하고 유머 감각이 없는 나를 때론 로맨틱한 남자로 변신하게 해 행복하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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